“선생에 ‘양복지’ 선물하니 ‘유행지났다’ 돌려보내”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미풍양속은 남북한의 차이가 없다. 북한도 한국의 ‘스승의 날'(5월 15일)과 같이 교육절(9월 5일)이 있다. 교육절이 되면 소·중·대학교 교육자들에게는 하루 휴식이 주어진다.



이날 교직원(학교장, 교원, 사로청 지도원, 소년단 지도원 등)들은 각 도 사적관 회의실 등에 모여 간단한 보고 후 향후 교육방향을 토론한다. 우수 교원들에게 해당 도당교육부장 명의나 내각 교육위원회에서 내려 온 표창 수여식도 진행된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날을 기념해 제자들이 담임선생이나 특정과목 선생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확산됐다. 학부형들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이지만 혹여 자녀들이 차별대우를 받을까봐 남만큼 해주려고 한다.



중학교에서는 초급단체위원장, 대학교에서는 소대장이 이 사업을 조직하는데 선물에 따라 학생 한 명당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달라진다. 개별적으로 관심 있는 과목선생에게도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이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은 교육절에 술 한 병 들고 스승 집을 찾아 인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교육절 나흘 후가 공화국 창건일(9월 9일)이기 때문에 교육 당국에서도 특별한 날로 생각지 않았다.



중학교 교원이었던 탈북자 전일복(46) 씨는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교육절이 있는지도 몰랐다. 특히 나흘 후가 9월 9일 공화국 창건일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교육절은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국경을 통해 중국제 밀수품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선물 규모도 커졌다. 학생들은 주로 전기 밥 가마, 녹음기, 경대 등 가정에 필요한 제품을 선물로 준비한다.



소학교 학생들은 학부형회장이 알림장을 돌리면 돈을 모아 선물을 준비한다. 보통 맛내기(미원), 쌀, 옷감 등을 주로 준비한다.



전 씨는 “2000년대부터 학생들과 부모들이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작게는 양복지 한 벌, 크게는 냉장고도 선물하는데 나는 녹음기를 받은 기억이 난다”며 “교원들도 다음 날 무슨 선물을 받았다며 자랑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다른 교원들보다 받은 물건의 수준이 낮으면 교원들이 학생책임자인 소대장이나 초급단체 위원장을 불러 불만을 표현하는 것도 노골화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2006년 탈북한 김 모(41) 씨는 “남들이 다 내는데 나는 낼 것도 없고 돈도 허락지 않아 자식을 위해 오래전에 보관하고 있던 양복지 한 벌을 아들에게 보냈다. 그런데 교원이 ‘시기가 지난 양복지로 무얼 만들겠는가’며 되돌려 보내 섭섭했다”고 말했다.



2008년 탈북한 신 모(40) 씨도 “자식을 잘 가르쳐 달라는 부모들의 적은 성의마저 무시하고 고가의 선물을 받는 것을 응당한 일로 생각하는 교원들이 얄미웠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어쩔 수 없어 분담된 돈을 보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원들이 교육절에 노골적으로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 시스템의 붕괴와 관련이 깊다. 실제 교원들도 먹고 살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장마당에 나와 앉아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97년부터 배급제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제일의 과제가 되면서 교원들도 장마당으로 나와 살 길을 찾거나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