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꿈꾸는 탈북교사

“우리(북한) 교육 체제에도 배울 게 있습니다. 예컨대 선생님의 권위가 살아 있다든가, 영재 교육이 활성화했다든가, 특정 과목에 편중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든가…배운 게 그것이다 보니 산골마을에서 선생님 하는 걸 꿈 꿉니다.”


박영실(43) 씨는 북의 평성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약 10년 간 고등중학교에서 문학 교사를 했다고 18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북한의 고등중학교는 남한에서 중고교 과정에 해당하며 상급 학년에서는 국어 과목을 문학 과목이라고 한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충분히 갈 실력이라고 믿었으나 출신 성분이 나빴던 탓에 평양 소재 대학에 가지 못했다. 한국전 당시 국군이 평양을 점령했을 때 할아버지가 부역했다고 처형된 ‘처형자 가족 출신’이라 중학교 1학년 때인 1978년 평양에서 함경북도 무산으로 추방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인생 유전은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의 남편으로부터 이혼 당한 데서 시작했다. 그러다 2002년 겨울방학 때 돈 벌게 해준다는 사기꾼의 꼬임에 빠져 압록강 건너 중국땅에 와서야 당시 중국 돈 1천500원에 인신매매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인 남편과 살다 딸을 낳았다. 덕분에 중국어엔 능숙하다. 2004년 자신의 경험을 쓴 수기가 한국에서 실시한 한 공모전에서 당선된 것을 계기로 중국 다롄에서 한국인 회사에서 일했고, 그러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왔다. 중국인 남편과 사이에 낳은 일곱살배기 딸이 보고파 지난달 중국에 다녀왔다.


그는 “우리”라는 말이 아직 북쪽 사람을 뜻한다며 미안해했다. “가난하고 어려웠지만, 반평생을 살았던 곳이거든요. 아직 부모 형제가 있고, 친구가 있고, 옛 남편과 딸이 있어요. 평양의 심심한 음식 맛이 아직도 그립습니다.”
박 씨는 “북을 소개하는 강의 자리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할 말을 잊었다”며 “갑자기 북 체제가 무너진다면, 동북아의 노른자위인 북한을 중국과 미국이, 일본이 노릴 것이고, 바로 그때 남측이 수수방관한다면 남쪽은 민족과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무조건 북 체제를 얕잡아 낮춰보는 이곳의 시각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쪽도 나름대로 본받을 점이 있어요. 인터뷰한 여러 기자가 북을 무조건 멸시하는 것을 보고 속으론 ‘이건 아닌데’ 했지만 마지못해 수긍했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북의 무엇이 본받을만하냐는 질문에 그는 “가르치다 보면 재능을 타고난 애가 있다”며 “북에서는 예술이나 체육, 언어 등에서 특출한 재능이 있으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보통 애들은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에서는 학교 재량에 따라 교과 시간을 정할 수 있고, 그것도 대부분 영어와 수학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재능을 무시하고 죄다 판사와 의사로만 키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학생을 체벌하느냐고 묻자 “물론 그렇다”며 “말 안 듣는 애들은 꾸짖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벌도 세운다. 하지만, 이곳처럼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부형이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북에서는 여전히 선생님을 어려워하고 말 그대로 그림자조차 밟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한국교육개발원이 북한 출신 교사를 매주 토요일마다 교육하는 ‘NK아카데미’에 꼬박꼬박 다닌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남측 교사들도 참여, 북 출신 교사와 결연해 서로 배운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탈북 청소년을 가르치는 일을 맡을 수 있다. 그는 보조 교사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아 정식 교사가 되는 게 소원이다.


“배운 게, 가르치는 일뿐입니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언제 통일이 될지 몰라도 우리 같은 교사들이 남북을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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