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탈북자들 외래어 공포증 이렇게 탈출했다

한국에 정착한 초기 탈북자들은 외래어를 알아듣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북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서구화된 한국 언어문화가 낯설기 때문인데, 탈북자들이 한국 정착과정에서 겪게 되는 외래어 관련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다. 

처음에 나온 단어를 이해해도 비슷한 단어가 또 사용되면 헷갈리기 십상이다. ‘스트레스-스트레칭, 컴플레인-컴플렉스’도 혼동하기 쉽다. 여기에 영어가 섞여서 사용되는 경우에는 독해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필자에게도 누군가 ‘너무 나이브(naive-순진한)하면 안 된다’고 말해 ‘내가 무슨 라이브(live-생방송으로 해석)를 한다고 말하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한국 정착 과정에 외래어 사용은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사회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탈북자들은 외래어도 극복 대상일 수밖에 없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우선 많은 사람과의 만남, 회의 등에서 모르는 외래어가 나오면 메모를 했다가 외래어 발언 당사자를 통해, 혹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외래어는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의미를 적극적으로 묻거나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을 읽다가 외래어가 있으면 외래어 사용법을 가지고 말을 해보고 글로도 써보는 등 외래어 학습을 꼼꼼하게 했다. 또 다른 사람의 발음과 비교하면서 반복적으로 익혔다”면서 “탈북자들이 외래어를 극복하자면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도 조 의원과 같이 “남한 사람들과의 대화와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들었던 외래어들은 기억을 하거나 메모를 했다가 귀가 후 사전에서 찾아 꼭 숙지하는 방법으로 외래어를 익혔다”면서 꾸준한 노력을 강조했다. 

탈북자 황보(50) 씨는 “외래어를 몰라 처음엔 머리가 돌 것 같았지만 시간을 가지고 회사와 일상에서 쓰는 외래어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며 “물건이나 상황을 직접 떠올리면서 공부하니 기억하기가 한결 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40대 이상 탈북자들은 자격증 취득과 취업을 위해 배우는 컴퓨터 용어처럼 전문지식을 동반하는 외래어에 적응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탈북자 강미영(45)씨는 “컴퓨터 강의 시간에 에드삭(최초의 컴퓨터)을 에니박이라고 말해 강의실에 웃음이 터졌다”며 “용어가 많은데다 비슷한 용어들도 있어 처음엔 정말 어려웠지만 이젠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 문화는 물론 외래어까지 습득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넘어온 자유의 땅에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것은 숙명이다. 결국 꾸준한 관심과 노력만이 외래어 공포증을 치유해줄 것이라고 선배들은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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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