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 옹호는 광주학살 변론에 해당

류 후배님. 데일리NK와 인터뷰를 하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공론의 장에서 생각을 드러내고 토론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알리거나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그렇고, 자신의 신념 속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편향을 교정하기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행위입니다. 이른바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물에 자신을 비쳐보지 말고 사람들 안에 비쳐보라)’의 행동이지요.

더구나 류 후배는 한총련과 전남대 학생들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동은 단순한 필요를 넘어 의무적인 사항이기도 합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인터뷰를 읽고 많은 생각이 오고갔습니다.

학생운동의 오랜 선배로서, 그리고 1기 한총련 조통위 정책실장으로 현재 한총련에 대해서도 막중한 책임의식 또한 느끼게 됐습니다. 한총련 선배로서 내년도 한총련을 책임질 후배님께 이렇게나마 제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이렇게나마 보내는 편지에 대해 후배님의 답장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습니다.

첫째, 다른 이들이 뭐라 해도 ‘광주’의 아들인 류 후배님이 그럴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군대를 다른 모든 것에 앞세운다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정치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80년 오월이 그것입니다. 비슷하지요. 1980년 신군부는 소련의 앞잡이 ‘북괴’의 남침이 우려되거나 그들에게 조종된다고 하며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죽음을 안겼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지요. 미제의 북침이 우려된다고 해서 무고한 인민들을 군대로 내몰고 수백만을 때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지금 류 후배는 김정일을 옹호하고 있지만, 사실 전두환 씨가 광주에서 했던 일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학살에의 변론이자 동조이지요. 그건 운동이 아닙니다. 파렴치한 범죄일 뿐입니다. 오월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광주학살자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류 후배가 망월동 오월묘역에 갈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탈북자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니요?

류 후배님은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1만명의 탈북자가 하는 이야기마저도 미국의 공작이라고 이야기하고 금강산에 가 보았는데 그곳의 북한 인민에게 인권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하였더군요.

나의 출생지는 전남 나주이고 자란 곳은 군산입니다. 고향에 친척이 있고, 선산이 있어서 아버지 따라 한 해에도 여러 차례 나주에 갔지요. 지금은 광천동으로 터미널이 옮겨져 있지만 그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던 대인동에 터미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곳에 수 십 차례 들렀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곳 분들에게 80년 오월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나의 어머님은 제주도 분이시고 외할아버지가 4.3에 연루되어 행방불명 되셨지요. 제주도 분들에게 역시 4.3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서슬퍼런 권력이 살아 있는 조건에서 광주 사람들에게, 제주사람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던 것처럼, 금강산의 북한 인민에게 북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말 한마디에 가족 전체가 수용소로 가야하는 북한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내가 광주의 진실을 외신기자들이 촬영한 비디오를 통해, 그리고 광주를 탈출한 윤한봉 씨 등을 통해 알게 되었듯이 북한의 진실도 그러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한봉 씨 등이 미제의 설득에 의해 탈출했고, 미제의 조종에 의해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듯이 탈북자들도 그러합니다. 오히려 그 규모가 조종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지요. 미국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없는 대다수 탈북자들이 미국에 의해 조정될 수도 없습니다.

류 후배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서구의 좌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들이 가장 강력하게 북한의 인권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미제의 음모라고 보십니까?

류 후배님! 북한 내 주민들이 인권문제를 느껴야 비로소 인권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지요? 북한 동포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전두환 씨 이야기만 듣고서 어떻게 광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김정일 씨 이야기만 듣고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알겠다는 것인데, 여전히 류 후배님은 80년 전두환식 사고와 발언을 하고 있군요.

셋째, 숭미(崇美)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은 류후배님입니다.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들이 미제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십니까? 미국은 북한 인권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핵에 관심이 있었지요. 유엔총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유럽국가들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들이 미제의 사주에 의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보십니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을 반대합니다. 그들이 미제의 사주에 의해 그리한다고 보십니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유럽 좌파들이 가장 강력하게 김정일의 인권탄압을 규탄합니다. 그들이 정말 미제의 사주에 의해 그렇게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한다고 보시나요? 모든 것이 미제의 뜻대로 된다는 발상 그 자체가 숭미 사대주의에 불과합니다.

류 후배님 앞서 말했듯이 인터뷰는 정말 잘 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한번 질러보는 것이야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지 전남대 학생들의 대표이자 한총련의 대표가 할 일은 아닙니다. 토론을 시작해 봅시다.

최홍재 논설위원 (한총련 1기 조통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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