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사고 치면 더 혹독한 처벌 받게돼”

▲29일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 ⓒ연합

북한은 29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실시했다. 4년만에 실시하는 도(직할시), 시(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달 19일 지방 대의원선거 실시를 발표하고 같은 달 23일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중앙선거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이달 14일 선거자 명부를 공시하고 29일에는 각 지역 대의원 후보자 추천을 완료했다.

북한은 선거 실시 공고 후 각종 매체와 단체, 개인을 동원해 투표참여 캠페인을 활발히 벌여왔다. 대대적인 주민등록 조사와 숙박검열(여행증 없이 다른 지역에서 숙박하는 사람을 색출하는 것) 등 주민 투표 참여를 위해 단속도 실시했다.

그렇다면 선거 당일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어떨까.

주민들은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일후보에 찬반투표일 뿐 아니라 찬성표를 내야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선거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05년 탈북한 이정현(가명) 씨는 “인민반장의 사전공고에 따라 인민반이 다 모이면 인민반장의 인솔에 따라 도장을 찍고 오면 끝”이라면서 “선거에 워낙 의미를 두고있지 않아 귀찮다는 것도 못 느꼈다”고 회상했다.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몇 년에 한번 하고 선거하는 날은 쉬는 날이라서’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

이 씨는 또 “선거를 앞두고는 중학생 등 학생들이 동원돼 투표에 참여하라는 선전전을 진행했다”면서 “선거 참여운동은 학생들의 몫인 경우가 많아 어른들은 그저 그날(투표일) 꼭 참여하기만 하면 됐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12시 이전 선거가 거의 끝나갈 무렵부터 투표소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 주권을 행사한 의미있고 기쁜 날이라는 명목에서다.

2003년 탈북한 김주원(가명) 씨는 “사무장(선거 책임자)이나 인민반장이 춤을 추라고 해서 30분에서 1시간가량 춤을 추다 각자 갈라져서 쉰다”고 말했다.

그렇게 춤을 추고 난 이후 시간은 특별한 일 없이 각자 휴식을 취한다. 남자들을 중심으로 술판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당선자 집에 찾아가 축하해주기도 한다고.

김 씨는 “이날 만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사고를 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선거날 사건이 발생하면 평소보다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술을 마시고 싸움이 나거나 도둑질을 할 경우, 심하게는 지방으로 추방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주민들 대부분은 이날 사고를 치면 다른 때보다 훨씬 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소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을 동원해 주민들의 투표참여 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학생 선전단은 ‘선거에 참여해 인민주권을 더욱 강화하자’는 내용의 주제로 선거참여를 촉구했다고 한다.

평양 출신 탈북자 주원경(가명) 씨는 “북한은 선거를 통해 주민들을 결집시키고 체제를 강화하려고 하지만 사실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서 “주민들이 선거를 빠지지 않는 것은 주민등록상에서 완전히 제거되거나 반역자라고 낙인찌키는 것이 싫어서일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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