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에 눈돌리는 北…고유가속 경제성 재조명

북한이 지난 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에너지 실무협의에서 핵불능화 진전에 따른 경정에너지 지원의 하나로 일본에 무연탄가스화 설비비용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제안은 일단 일본의 수용 여부를 떠나 만성적인 원료난과 에너지난을 타개하고자 하는 북한의 고민이 담겨있는데다 향후 북한 경제개발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60∼70년대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달리 석탄 중심의 원료 및 에너지 체계를 채택한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100억t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무연탄 매장량을 기반으로 에너지와 원료를 자급자족하는 산업체계를 구축해 화학공업을 육성해왔다.

석유 화학공업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만 북한은 석탄에 의존해 합성섬유나 비료 원료의 상당량을 자급자족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화학공업을 상징하는 것으로 꼽히는 생산품이 바로 비날론이다.

무연탄가스화는 석탄 화학공업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공정이다. 석탄에 고온과 고압을 가해 기체로 만드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석탄에서도 비료와 화학원료는 물론이고 추가 설비를 붙일 경우 석탄액화유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연탄가스화 기술은 석유를 원료로 할 때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동안 외면을 당했지만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북한이 무연탄가스화 설비를 요청한 배경에는 원유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석탄을 통해 화학원료를 충당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북한이 요청한 무연탄가스화 설비는 일본에 요청한 분담액(4천만달러) 규모로 미뤄 비료원료 생산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석탄을 기체로 만들어 정제과정을 거치면 요소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

매년 식량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영농철마다 비료확보가 최대 과제였던 만큼 무연탄가스화 설비가 도입되면 비료 원료수급에도 상당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올해부터 한국에서 비료지원이 끊긴 가운데 영농철을 앞두고 중국에서 6천300t 가량의 요소비료를 수입하기는 했지만 중국이 다시 수출관세를 대폭 인상,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비료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무연탄가스화 설비지원 요청에서 또 한가지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중국에 공사를 맡기겠다고 한 점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중국의 한 전문가는 “중국은 석탄 가스화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플랜트 설계능력도 갖고 있다”며 “특히 중국산 가스화 설비는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까지 갖춰 북한이 중국과 협력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또 그간 개인 등이 운영하는 중소 규모 탄광을 폐광시키는 석탄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제유가의 급속한 상승을 예상하고 무연탄가스화를 기본으로 하는 석탄액화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석탄액화기술을 이용하면 석탄을 70%까지 석유로 바꿀 수 있어 유가가 배럴당 25∼40달러 수준이 되면 경제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국내 최대의 석탄기업인 선화(神華)그룹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 총 33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100만t 규모의 석탄액화유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미 일부 플랜트를 완공해 지난달 말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은 이러한 플랜트 운용을 통해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독일 등 소수의 국가만 갖고 있는 석탄액화 상용화 기술을 습득해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런 측면에서 무연탄가스화 공정 건설을 위한 북중 양국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향후 석탄액화분야의 협력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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