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 개념 혼란 자초하는 저의가 무언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8일 “NLL(북방한계선)은 엄격히 말하면 영토선이 아니다”고 말했다.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에게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서해) NLL이 영토선이라고 한다면 3.8선 이북은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라는 가설도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박 대표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노무현 정부에서 특히 정상회담이 진행된 2007년에 청와대와 정부 출신 인사들은 NLL 인근 해역을 북한과 공동 관리하자는 합의를 만들기 위해 NLL이 영토개념이 아니라는 주장을 집요하게 펼쳤다.

독도처럼 영토개념으로 국민들이 접근하면 북한과 공동어로구역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전향적 자세를 보일 때가 됐다고 말했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냉전종식을 위해 (NLL)매듭을 풀자고 말했다.


참 유치한 말장난이다. 헌법상 영토 개념은 한반도 평화통일 의지를 담은 종국적인 영토 완성 개념인데 이것을 현재 NLL에 끌어와 ‘영토선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를 따라 헌법적 영토 개념에서 NLL은 영토선은 아닐지 몰라도 NLL은 엄연한 우리 영토에 포함된다. NLL 북방 5, 10km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북한 어선의 NLL 침범은 그 자체로 침범이냐 아니냐의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왜냐면 헌법의 영토개념에서는 북한 어선 및 경비정 존재 자체가 불법이며 영토 침범이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 NLL이 1953년 설정 당시부터 역사적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 또는 미국도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부당하게 점유하고 있는 것을 더는 우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1991년 남북합의서에서 ‘합의된 해상경계선은 없다’는 주장을 토대로 서둘러 남북이 합의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53년 7월 한반도가 정전상태로 돌입하기 위해 유엔군과 북중 간에 정전협정이 체결되는데 여기서 서해 상의 남북 경계선 규정은 빠져 있다. 다만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는 유엔군의 군사적 관할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북중은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을 준수할 것이라는 담보를 유엔군 협상 대표에게 요구하는데, 해상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유엔군이 서해상에서 분쟁을 피하기 위해 정전협정 한달 후에 북방 작전 한계선으로 명령한 것이 현재의 서해 NLL이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1972년까지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적으로 북한에 더 유익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정 여부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백령도와 서해5도가 우리의 관할인데 주변 인천 앞바다까지 공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을까? 그렇게 북한 경비정과 군함이 우리 국민들의 거주지를 순찰하고 감시하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NLL 설정은 정전협정의 개념대로 군사적 정전으로 돌입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였다.


미국은 과거 정전협정을 도식적으로 해석해서 주변은 공해라는 해석을 하면서 남북의 충돌을 막기 위해 NLL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입장이야 어찌됐든 북한을 제외한 주변국 모두가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우리의 관할지역에 대한 정당한 권리행사를 지속하면 된다. 남북합의서에서도 쌍방이 합의한 해상경계선은 없지만,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해상 경계는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하기로 한 만큼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는 남북의 합의정신에도 위배된다.


서해 NLL은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보듯 북한의 도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북한에게 양보하면 평화가 온다’는 순진한 사고에 기초해 있다. 우리가 NLL을 양보하면 북한은 또 다른 수단과 억지를 통해 새로운 요구와 도발을 해올 것이다. 북한은 일관되게 NLL을 넘보고 있는 마당에 일부 세력은 여기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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