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풍랑’에 맥못춘 `남북회담號’

기대를 모았던 제4차 남북 장성급회담이 끝내 서해의 높은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별다른 소득없이 끝났다.

당초 이번 회담은 북측이 이미 지난 3월 제3차 회담에서 서해상 경계선 재설정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들고 나왔고 우리측 역시 북방한계선(NLL)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전까지 이틀을 넘지 않았던 장성급회담 일정을 하루 늘려 사흘로 하자는 북측의 태도로 미뤄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대두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회담 첫 날부터 벽에 부닥쳤다.

북측은 회담 첫 날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서해상에서의 충돌방지를 위해 불가침 경계선 재설정을 주의제로 다룰 것을 제의하는 등 기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서해 5도에 대한 남측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북측 해안으로부터 12해리 남방 지점에 새로운 경계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안도 제시했다.

북측 주장에 따른다면 현재 우리측 수역 일부가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어서 우리측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우리측은 1992년 남북이 합의한 기본합의서에 포함된 군사부문 8개 사안을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논의할 수 있다는 카드를 끄집어내 역제안했다.

8개 사안에는 북측이 논의하자고 주장한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계속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예상치 못한 의외의 카드를 받아든 북측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2시간의 오전 전체회의를 끝으로 오후 회담을 중단하고 북측 지역으로 철수했다.

그러나 회담 이틀째인 17일 북측은 전날 내세웠던 입장을 고수하며 우리측의 전 날 제안을 거부했다. 이와 함께 서해상 불가침 경계선 문제 논의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장성급회담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고집도 꺾지 않았다.

이처럼 북측은 철도 군사보장합의서 체결 문제는 장성급회담이 아니라 군사실무협의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못박음으로써 양측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조차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우리측은 북측이 서해상 불가침 경계선을 논의하자고 주장할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에 주안점을 둔다는 회담 전략을 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의제는 ‘서해 풍랑’ 속에 묻혀버린 꼴이 된 셈이다.

17일에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북측은 전날과 같이 2시간 25분간의 오전 회의만 하고 북측으로 발길을 돌렸다.

회담 마지막 날인 18일 양측은 최소한의 합의라도 도출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날은 전체회의를 50분만 가진 채 곧바로 남측 수석대표인 한민구(소장)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북측 단장인 김영철 중장(남측소장)이 자리를 옮겨 2시간에 걸친 단독회담을 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듯 했다.

또 예정됐던 공동 오찬까지 거르며 수 차례에 걸친 실무대표회담이 이어졌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첨예해 결국 공동보도문 합의에 실패했다. 차기 장성급회담이나 군사실무회담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