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추모, 대통령 4년간 한번 안찾아

▲ 29일 오전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서해교전 4주기’ 추모식 ⓒ데일리NK

“험한 세상에 태어나서…”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어머니는 온 몸으로 흐느꼈다.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한 해군과의 교전 끝에 사망한 고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는 사진 속 22살 아들 앞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서해교전 4주기를 맞아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이 29일 오전 10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 남해일 해군참모총장과 서해교전 전사자 유가족 20명, 당시 357호정 승조 장병, 함대 장병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렸다.

이 날 추모식에는 서주석 대통령 외교안보수석과 김영선 한나라당 대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장상 공동대표, 손학규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등이 참석했다.

서해교전은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경, 연평도 서방 14마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북한해군경비정이 우리 고속정 357호정을 기습공격하면서 발생했다.

치열한 교전 끝에 참수리-357호가 침몰했고,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사망했다.

2함대 사령관인 김중련 소장은 기념사에서 “당신들은 적의 기습 공격에 마지막 남은 한 발의 함포와 총탄까지 모두 소진하면서 대응공격을 하면서 우리의 바다를 지켜냈다”며 “먼저가신 전우들의 위국헌신의 희생정신을 높이 받을어 어떠한 경우에도 적의 도발을 격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족들은 아들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나라건만, 정작 정부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울분을 쏟는다.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 씨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부나 국민이나 (무관심한 것이)다 똑같다. 2주기나 3주기 때 이런 모습만 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갖지 않다가 매년 한 번씩 반짝 떠들어대는 언론과 정치인들이 야속하다는 것.

고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 씨도 추모식을 마치고 “나무관세음보살이란 말밖에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며 담배를 빼어 물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박 씨의 눈빛에선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허탈함’이 묻어 나왔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들은 4년 째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교전이 발생했던 2002년 장례식에는 국방부 장관조차 참석하지 않았었다.

한편, 해군은 당시 참수리-357호정 정장(艇長)으로 조국을 지키다 장렬히 사망한 고 윤영하 소령을 기리는 ‘영하상’을 제정한다. 또 2010년에는 해군 2함대 역사관 내에 ‘서해교전실’을 만들어 당시 상황의 동영상을 상영하고 모형물 등을 전시하기로 했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던 장병들의 희생정신이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 2함대 사령관 김중련 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NK

▲ 헌화하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 ⓒ데일리NK

▲ 서해교전 당시 생존한 장병들이 전사한 동료 장병들에게 경례하고 있다. ⓒ데일리NK

▲ 유가족들은 추모식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데일리NK

▲ 추모식이 끝난 후 아들의 사진 앞으로 달려간 고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데일리NK

▲ 김근태 의장과 김영선 대표가 서해교전 당시의 상황을 설명받고 있다. ⓒ데일리NK

▲ 전사자들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동료 및 후배 장병들 ⓒ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