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학생회관 앞에 실험물이 전시돼 있다. 목용재 기자 |
천안함이 서해에서 침몰한지 3개월째, 국내 조사단은 물론 국제합동조사단에 의해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졌지만 대학가에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작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고려대 이과대·문과대 학생회는 한국대학생문화연대와 함께 어뢰금속에 대한 부식 실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합조단에서 1번 글자의 성분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조건에서 이들은 매직으로 1번을 쓰고 50일 동안 부식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함께 게시한 대자보를 통해 “국방부는 초기 발표에서 1번 매직 글씨가 써있는 어뢰 부품의 재질이 스테인리스강이라고 했으나 얼마 전 강철로 번복했다”면서 “또한 1번 매직 글씨가 써있는 해당부품과 용접하여 이어진 뒷부분의 부식정도와 차이가 너무크다. 용접은 기본적으로 같은 재질끼리하기 때문에 뒷부분과 부식정도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합조단은 1번 내부 스테인레스 강에 적혀 있어 부식되지 안아 선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가, 보강 조사 뒤 강철에 부식방지페인트를 칠한 것이라고 수정 설명했다. 합조단은 부식 정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대학생 단체는 은폐와 밀실조사라며 결과를 받아들일 기색이 없다.
고려대와 한국대학생문화연대가 함께 진행하는 이 실험은 1번이 써진 추진후부 내부 재질과 1번 글자 성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합조단과 동일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학생 단체는 이 결과를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
▲어뢰 금속부식 실험물 – 빨강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1번’이라고 매직으로 쓰여있다. 목용재 기자 |
또한 이화여대의 중앙도서관 등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게시판에도 정부의 천안함 조사 발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이 대자보는 천안함 조사에 대한 5 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자보는 ▲어뢰를 맞고 36초가 지나도록 천안함이 두 쪽나지 않은 점 ▲어뢰를 맞고 정상속도로 0.6km 이동했다는 점 ▲함체를 두동강내는 충격파에도 생존자는 멀쩡하고, 선체내부도 가지런했다는 점 ▲물기둥도 내지 않는 어뢰가 어떻게 배를 두동강냈는가 하는 점 ▲섭씨 1000도에서도 견뎌내는 ‘1번’ 매직은 없다는 점 등의 의혹이 제기하고 있다.
▲이화여대 게시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 목용재 기자 |
그러나 이와 같은 의혹은 이미 합조단에서 수 십회에 걸쳐서 설명한 사실로 의혹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어뢰를 맞고 정상 속도로 이동(버블제트 통과 직후 절단돼왼편으로 기움)했다거나 1000도에서 번호가 유지될 수 없다(실제 버블 상황에서 추진체 후면으로 밀려 열전달 안 됨)는 등의 이미 해명된 문제에도 의혹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인 조사단이 함수 함미 절단면 분석, 지진파 측정, 침몰 지역에서 어뢰 추진체 수거, 북한 해외 수출용 어뢰 카달로그 설계도와 일치, 기호 1번 표기, 북한 반잠수정 조타수 증언 등을 들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판명했지만 이와 관련된 증거는 한 가지도 인용하지 않고 있다.
유엔에서 북한의 주장이 배격되고 있는 조건에서도 북한의 해명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 한국 대학가의 현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