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가깝지만 너무 달라”

“지구 정반대 위치를 뜻하는 대척(對蹠)이란 것이 반드시 두 곳이 지리적으로 지구의 정반대쪽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스페인 유력일간지 엘 파이스의 헤오르히나 이게라스 특파원은 `두 개의 수도, 두 개의 세계’란 제목 아래 자신의 서울-평양 방문기를 `특파원 편지’ 형식으로 쓴 15일자 국제면 기사에서 “서울과 평양, 가깝지만 너무나 다르다”는 자신의 감정을 이 같은 말로 표현했다.

이어 그는 “지리적으로는 불과 24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두 코리아의 수도를 보면 정치이념과 경제, 사회, 윤리적 측면에서 엄청난 차별을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서울과 평양의 공항, 거리 풍경, 지하철, 젊은이들 모습 등을 비교하면서 평양과 서울의 거리 모습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다음은 그의 방문기를 북한쪽을 중심으로 요약한 것.

『평양공항에서는 비행기 착륙 외에는 다른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이상한 고요함이 느껴진다. 고려항공 비행기 여러 대가 공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골 풍경의 조그만 공항 터미널은 걸어서 도달한다. 입출국 수속을 마치자 장갑을 낀 두 명의 직원이 승객들이 가져온 짐을 분류하고 있다.

주변에는 넥타이를 매고 옷깃에 김일성 주석 배지를 단 북한 관리들이 있다. 다른 직원들은 비행기 짐칸에서 내린 바나나 상자를 쌓고 있으며 이는 주민들의 소비를 위해 다시 시장으로 갈 예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 정부는 만연한 밀수를 합법화해 왔다. 벽에 걸린 안내판에서는 그 날의 비행편 정보를 주고 있지만 단 두 편에 불과하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마다 공항 업무의 정례화된 일정이 있다. 즉 베이징을 향해 한 편 혹은 두 편의 비행기가 출항한다. 종종 북한의 북동쪽 몇몇 도시로도 비행이 이뤄진다.

이밖에 방콕도 있는데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국제공항은 정반대 모습이다. 2001년 문을 연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하며 강철과 유리의 거대한 구조물로 돼있다.

평양 중심부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이동하자 도로가 비어있다는 느낌으로 훨씬 더 어두워진다. 거의 교통량이 없으며 심지어 자전거도 없다. 단지 가끔가다 보행인들만 눈에 띌 뿐이다. 서울에서는 밀리미터 단위의 정확성을 가진 버스망이 승객들을 서울 도심으로 이동시켜준다.

특히 서울에서는 모든 택시들이 이른바 휴대전화 동시통역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무료로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평양에서는 휴대전화가 없다. 또한 택시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보지를 못했다.

휴대전화는 작년부터 금지됐다. 단파 라디오도 같은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평양 공항에 휴대전화ㆍ단파 라디오를 맡기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더욱이 서울의 고급호텔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안되는 곳이 없지만 북쪽에서는 단지 소규모의 내부 인터넷망(인트라넷)만 있어 이를 통해 정확하게 정부 부서들과 기관들 사이에서만 의사소통을 한다.

이밖에 평양의 호텔에서 바랄 수 있는 것은 뜨거운 물과 전기를 갖는 희망이다. 물과 전기는 조금만 허용되고 시기적으로 일년 내내 공급되지도 않는다.

반면 서울의 경우 과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새롭다. 무척이나 인상적인 초고층 건축물에서 현대적인 시설의 주차장 그리고 263곳의 정거장을 가진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평양에서는 가장 현대적인 건물이 20년쯤 됐으며 지하철은 십자형의 두 개 노선을 갖추고 있는데 각 노선에 정거장 20곳이 있다.

서울에서는 백화점 진열대가 사치품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는데 반해 평양에서는 물품 공급이 중단된 가게의 수치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흰색 커튼을 내걸었다.

위니(22)와 같은 서울의 젊은이들은 고소득 직장을 꿈꾸고 있고 일천(25)을 포함한 평양의 젊은이들은 외국의 영화와 서적을 원한다.

평양과 서울을 가르는 단지 240㎞ 거리를 두고 발생하는 것을 알기 위한 열망은 이미 체제를 방어하는 쇠막대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평양외국어대학 학생 1천800명의 절반 이상이 현재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멕시코시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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