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 북한인권선언 발표

▲ 23일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창립 98주년 기념 심포지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변호사 단체의 대응이 구체적인 행동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창립 98주년을 기념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과 공동으로 ‘이제는 북한 인권을 말해야 한다’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북한인권개선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 날 심포지엄에는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40여명이 참석,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법조계의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준범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북한인권에 대해)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 우리 정부와 입을 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버리는 북한 당국에게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대장정의 서막을 올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준범 회장이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北인권개선 촉구를 위한 선언문 채택

이 회장은 구체적 활동계획으로 ▲ 서울지방변호사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북한인권단체 후원을 위한 모금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 새터민 지원단체와 자매결연을 통한 지속적인 법률지원 활동을 능동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상임이사회를 거쳐 채택된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대북지원을 통한 생존권적 차원의 인권문제를 해결한 후 정치적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단계적 접근방법을 주장하면서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경제발전이나 전쟁위협을 구실로 인권을 탄압하던 논리와 그 궤를 같이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므로 우리는 이러한 논리와 정책에 동조하는 세력이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심포지엄 사회를 맡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 김진욱 변호사는 “변호사회 창립 98주년을 맞아 한 세기를 마감하고 한 세기를 바라보는 전환적 시점에서 인권옹호기관으로써 우리의 책임을 얼마나 잘했는지 반추하게 된다”며 “그동안 한국의 인권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북한의 인권실태는 국제사회 우려만큼이나 심각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

김 변호사는 “남북화해와 협력을 내세운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조차 북한과 대화로만 해결하자는 입장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러나 헌법 3조에도 명시됐듯이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할 책임이 우리에게는 있는 만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자적 협의체 통해 北인권문제 해결하자

심포지엄에는 경북대 허만호 교수, 동국대 고유환 교수, 통일연구원 이금순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 등 국내 북한인권문제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북한인권의 현황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한 경북대 허만호 교수는 “현 노무현 정부나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김정일 비호세력들은 북한을 무조건 지원하여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인권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북한의 개혁ㆍ개방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혁정책을 취하여 현재의 경제위기가 극복되더라도 중국과 베트남의 경험으로 봐서 인권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구조적인 것으로 자체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므로 외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며 “어느 일국의 봉쇄정책과 강압정책보다는 북한, 중국, 한국, 일본, 미국, 아세안, 유럽연합 등 다자간의 협의체를 통해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이 대화와 압력을 병행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탈북자 인권현황과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이금순 소장은 탈북자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의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들은 극심한 식량난을 피해 탈출한 경우로 정치적 난민의 지위를 부여받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된 후 처벌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불법 체류자에 준하는 최소한의 보호를 실시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탈북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관련국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도 올해 초 ‘북한인권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혀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한 북한인권운동이 이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아래는 선언문 전문>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우리의 입장-

인권은 사상과 이념,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인간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받아서는 아니 될 최고의 가치이다. 인류 역사는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기나긴 투쟁의 연속이었고, 우리의 현대사 또한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우리의 인권을 지켜내고자 했던 저항의 시간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모든 개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기아와 질병, 강제수용과 공개처형에 신음하고 있으며, 특히 탈북자 및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적 학대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그동안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는 이러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고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인권은 북한체제에 순응하는 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지, 체제에 반대하는 자에게까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른바 ‘우리식 인권’ 개념을 내세워 문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회피해 왔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인권문제는 대북지원을 통한 생존권적 차원의 인권문제를 해결한 후 정치적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단계적 접근방법을 주장하면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나, 이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경제 발전이나 전쟁위협을 구실로 인권을 탄압하던 논리와 그 궤(軌)를 같이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므로 우리는 이러한 논리와 정책에 동조하는 세력이나 움직임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단체로서 창립 제98년을 맞이하여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을 마련함과 동시에 실천적 행동의 지표로 삼고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표방하고자 한다.

첫째, 인권은 종교, 인종, 정치체제, 이데올로기 등 어떠한 이유로도 양보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임을 거듭 확인하며, 생종권적 인권과 정치적 인권을 구분하여 우선순위를 두려는 여하한 주장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둘째,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과 지원이 북한의 인권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지만, 경제협력을 위하여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셋째,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는 동의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남북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넷째,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분단을 고착시키는 길이며,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공조와 적극적인 노력만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첩경임을 확인한다.

오늘 우리는 이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인권에는 선(先)과 후(後), 우(優)와 열(劣)의 구분이 있을 수 없고 오로지 그 보장만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북한 주민들이 공개처형과 강제수용의 고통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길 5천명 회원 모두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원한다.

2005. 9. 23

서 울 지 방 변 호 사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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