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탈북자 아닌 화교 출신”

통일부가 탈북자 지원 업무를 보는 서울시 공무원 유모(33) 씨가 간첩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 21일 이 사건이 탈북자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유 씨가 화교(華僑-북한에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 출신이라고 여러 차례 제보했는데도 당국이 즉시 대응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부분 탈북자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탈북자 1만여 명(국내 거주 탈북자의 42%)의 명단과 동향 등을 북한에 넘긴 혐의로 서울시청 현직 주무관인 유 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와서 힘들게 정착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겠지만,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고 있다”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은 신속하게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사회에서는 유 씨가 화교 출신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정보당국의 서투른 대응을 1차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탈북자 사회에서는 유 씨의 신분 위장 및 간첩 활동에 대한 제보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유 씨는 북한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화교(중국 국적) 출신이라는 것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함께 생활한 사람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라며 “정확히 말하면 ‘북한 거주 화교의 탈북자 위장 입국 및 간첩활동 사건’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유 씨는 청진의대 출신 의사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준의사(북한의 특수한 직업으로 의학 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얻을 수 있다)로 중국으로 나올 때도 유학 목적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 이후 신분을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입국했다는 것. 입국 후에도 여러 차례 주소지를 이동하면서 주민번호까지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국장은 “정보기관에서 1차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탈북자들도 북한 보위부의 각종 회유나 협박이 있으면 바로 국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송남호(36) 씨는 “유씨가 2006년에도 북한에 갔다 왔다고 집적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변 탈북자들 속에서 ‘혹시 간첩임무를 받고 오지 않았는가?’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송 씨는 “탈북자들을 만나면 개인 신상과 관련된 정보를 너무 상세히 묻고 신경을 썼기 때문에 실제 무슨 간첩아니냐는 말이 돌았다”며 ” 유 씨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북한에 4번 정도 갔다 온 것으로 보인다”고까지 말했다.


이석영 자유북한방송 국장은 “북한 당국은 북한에 남은 가족을 협박해 탈북자들에게 간첩활동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노동당 자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탈북자 사회를 이간시키는 기회로 활용하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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