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통일환경과 대북정책’ 토론 요지

서울대 통일연구소는 29일 ‘급변하는 통일환경과 대북정책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한반도 정세 전망과 평화체제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 북한인권 및 대북지원 문제 등을 조명했다.

발표자들은 한반도 평화협정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최소한의 당사자라면서 4개국이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미.중 4자협정 혹은 이원적 방식(4자 기본협정+4자내 쌍무협정)을, 이근 서울대 교수는 4자 또는 러시아.일본을 포함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다음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토론회 주제발표 요지.

▲이종석 전 장관(한반도 정세 변화와 국가전략) = 북핵 2.13합의는 북의 핵포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라는 본질적 요소의 교환에 대한 합의이며, 북핵문제의 끝을 볼 가능성이 높은 합의다.

2.13합의에 대한 미국의 성의있는 이행노력이 지속되면 북한은 조만간 핵포기와 보유의지 사이에서 ‘진실의 순간’에 서게 될 것이다.

불능화 단계에서 북한측 관심사는 금융제재의 최종적 해제,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구체적인 북미관계 정상화 조치이며, 미국은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가 관심사가 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해결 과정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체 형성, 그리고 통일을 준비하는 적극적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통일은 합리적이고 잘 정리된 방식으로 오기보다는 광범위한 자유로운 접촉이 만들어 놓은 다방면의 유기적 통합성 위에서 덜 체계적인 방법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 전환이나 불안정이 동반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전략은 한반도 정세변화의 수준보다도 남북관계가 빨리 그리고 폭넓게 발전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도 외부세력이 아닌 한국이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협정은 평화체제 완성의 의미가 아니라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종료시키기 위해 맺는 것이다. 평화체제의 궁극적 주체는 남과 북이지만 평화협정의 주체는 남북한과 미.중의 4자내에 유연성을 가지고 사고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역사적 맥락에서나 합리적이다.

한미동맹과 한미공조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평화통일이라는 외교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이 있는 한미관계,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받을 수 있는 만큼 받는 관계가 필요하다.

▲이 근 교수(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 평화협정의 최소한의 당사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며, 평화체제의 의미를 매우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정의한다면 러시아와 일본도 포함될 수 있다.

평화체제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북한이라는 국가를 대상으로 구상돼선 안되고, 정상 작동이 어려운 ‘실패국가’, 혹은 실패로 향해 가는 국가로서의 북한이 주는 위협에 대처해 구상돼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고, 그리고 평화협정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정한 위협요인은 북한의 적대적이고 군사적인 적화야욕이라기보다는 실패한 국가로서 통제력을 상실한 북한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실패한 국가로서 북한이 붕괴하면 예기치 않은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대규모 난민이 생겨나고 경우에 따라선 지역국가의 군사적 개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실패국가 북한의 성공적인 체제전환 계획과 동북아시아에서의 교차승인 구조의 완결이 포함돼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의 전 과정이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과 동일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평화체제 구상은 기존의 평화체제 논의와 달리, 당사국간 관계정상화, 군축, 신뢰구축 이외에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과 이행계획이 담겨야 한다. 또 북핵포기 이후 실패국가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서 체제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한국과 동북아 주변국가의 역할 분담이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

분업구조는 한국주도의 대대적인 북한 재건계획과 지원, 북일 수교를 통한 일본의 대북 경제원조, 북미 수교를 통한 국제경제기구의 원조, 중국의 원조와 무역, 러시아의 철도 및 에너지 협력이 될 것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전환이 필수적이다. 체제전환의 로드맵엔 북한 군부와 기득권 세력에 일정 정도의 이권을 분배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서서히 도입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이 북한의 수출시장이 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인도주의.인권 의제와 대북정책) = 북한인권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으나 실질적인 동기와 지향하는 바는 제기하는 집단별로 다르다.

유럽과 인권관련 비정부기구(NGO)는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한 북한인권 개선을 궁극 목표로, 미국과 국내 보수 단체는 패권주의와 정치경제적 이해를 토대로 북한체제 붕괴를 궁극목표로 하고 있다.

남한내 북한인권 담론의 특성은 전통적으로 인권에 관심이 없었던 집단이 북한 인권문제를 주도하는 반면, 인권관련 운동을 지속하였던 집단은 북한인권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

특히 남한내 보수기득권층은 북한의 정치적 인권은 강조하나 사회경제적 인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며, 민주화운동세력이 중심이 된 진보세력은 정치적 인권보다는 사회경제적 인권을 중시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위기상황 극복이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선 우선 북한인권 논의와 국내정치적 이해의 분리, 정략이용 배제, 정치적 인권 및 사회경제적 인권에 대한 균형적 관심 구축이 필요하다.

또 북한인권 현실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공동조사 및 토의, 북한인권 개선의 장기적 로드맵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인도주의.인권 의제와 대북정책) = 북한인권개선 방향은 북한민주화, 즉 북한정권 타도를 주장하는 쪽과 한반도 평화와 병행하는 가운데 북한의 생존권 향상을 강조하는 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생존권 회복, 북한의 국제인권협약 법제화 등 인권 인프라 확립, 자유권 보호, 국제인권 규범 전면 이행 등의 순으로 단계별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또 남한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유엔인권기구, 비정부기구 등이 역할 분담을 하는 것도 요구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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