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 읊는다는데…

노무현 정권의 오만인지, 무능인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의 입에서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들이 쏟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직후 청와대 이백만 홍보수석의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글을 시작으로,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미국이 가장 실패했다”며 날을 세웠다.

이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노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국 장관이 ‘그 정책은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면 안 되느냐”며 두둔했다.

여기에 27일엔 한명숙 국무총리까지 나서 이 장관의 미국비판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 외교안보 정책 기조에 우려가 생길 경우 우리의 실익을 위해 말할 수 있다”고 말해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작은 것도 못하면서 큰 흐름 공조?

한 총리는 또, “개별 사안에 대해 자기 나라의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한미가 공조가 깨지거나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상황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큰 흐름에 대해 공조를 같이 할 때 건강한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 홍보수석실도 “신뢰와 대화를 통해 이견을 협의하고 조정해나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며 “공조할 건 공조하고 지적할 건 지적해나가면서 성숙한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발언들에 대해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국내정치 때문에 외교를 끌어들이지 않아야 하고 한정된 옵션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현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역임한 그는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와 분단국가라는 현실 때문에 외교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군사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심지어는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한 우리의 현실적 옵션은 미국과의 관계를 밀접하게 가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차원이라면 몰라도 정부 차원에서 옵션이 너무나 명백한데도 역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옵션이 제한적이라면 최대한 잘 추진해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외교”라고 지적했다.

“공개석상에서 떠드는 것은 외교의 기본도 모르는 것”

한편,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정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국장은 “동맹국과의 사이에 다른 견해가 있고 불만이 있으면 비공개 협상에서 조율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협상과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공식석상에서 외교 파트너에 대해 비외교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양국 관계에 해만 끼칠 것”이라며 “외교 경험의 미숙함을 보여 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여기저기서 정부의 외교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지만 정부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단지 정치적 반대세력의 발목잡기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에 굴종하거나 굴복하라는 것이 아닌, 단지 동맹국을 배려하는 정도의 센스를 발휘하라는 것인데도 ‘동맹은 일체(一 體)가 이니고, 맹종은 더더욱 아니다’며 오버하는 그들의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에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청년시절 정의감에 불타던 운동권적 기질이 아닌,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적 외교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이제 정부도 3년 넘게 공부했으면 기본은 해야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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