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목사님, 제발 그러지 마시오”

▲ 남-북-해외의 북한인권운동가들이 모인 북한인권개선촉구대회. 2005년 8월11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데일리NK

<선진화정책운동>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가 지난 10일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주최 토론회에서 탈북자를 무시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목사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인권운동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한국사람들을 자꾸 ‘훈계’하려는 방식과 태도”라며 “자꾸 그렇게 이야기해서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는 한국 사람들을 내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발 좀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일이 안 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제발 탈북자들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필자는 역으로 서 목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좀 그렇게 안 하셨으면 좋겠다. 일이 안 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제발 서 목사 같은 분이 안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北인권운동의 주체는 남과 북, 전세계 민주주의자

서 목사의 이번 발언은 그가 평소에 탈북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며 북한인권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그동안 서 목사에게 탈북자는 ‘순수 혈통’ 한국인이 주도하는 북한인권운동에서 하나의 수단이나 장식품일 뿐이었으며, 그에게 북한인권운동은 특정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도구였다고 생각된다.

그의 발언은 북한인권운동의 ‘역량 편성’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인권운동의 주체이자 기본 동력인 탈북자들, 그리고 북한인민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더 크게 보면 남과 북의 인민들을 분열을 조장시킬 수 있는 발언이다. 평소에 ‘북한인권운동가’를 자처하면서 속으로는 이러한 편가르기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김정일 독재정권과 그 측근을 북녘 땅에서 몰아내고 북한을 민주화하는 운동의 일차적 주체는 북한 인민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북녘 땅에서는 이러한 운동을 펼칠 수 있는 자유가 전혀 없고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 따라서 수많은 북한 인민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탈출하고 있다.

탈출 자체가 반역이 되는 북한 땅에서, 탈출은 또 하나의 저항이며 운동이다. 우리 탈북자들이 스스로를 영웅이라 자처하고 싶지는 않지만, 밖에서나마 북한의 진실을 알리고 투쟁에 함께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시간 남고 할 일 없어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북한 인민들은 수령이 만들어놓은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밖에서 투쟁하는 우리 역시 미흡한 점이 많다. 고로 북한 인민들이 민주 의식을 갖고 북한 민주화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 하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것, 이것이 지금 한국 국민들과 세계 인민들의 사명과 역할이라고 본다.

北의 경험과 南의 양심이 뭉쳐 시너지 효과 불러야

우리는 우리 탈북자만이 운동의 주체이며 최고 가치를 갖는다고 절대 고집하고 싶지 않다. 남한 출신이든, 북한 출신이든, 미국 출신이든 김정일 정권을 반대해 싸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2천만 북한인민을 구출하고자 결심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주체이며 소중한 ‘동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때, 우리 투쟁대열의 외연을 넓히고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일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한 이 때에, “한국에서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판단과 운동은 탈북자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니, 다시 한번 서 목사의 발언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7천명이 넘었다. 탈북자동지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자유북한방송, 백두한라회 등 탈북자 단체만도 10여 개가 넘는다. 물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남과 북의 동지들이 함께 뜻을 모은 단체도 있다.

탈북자들의 북한에서의 경험, 그들이 알고 있는 진실에 남한 출신 운동가들의 양심적 노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이 대오를 흔드는 ‘이적(利敵)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북한인권운동의 역량은 남한 사람들만의 결합도, 북한 사람들만의 결사도 아니다. 북한의 민주화와 평화적 통일을 내다보는 남과 북 인민들의 ‘결합형 역량’이다. 아니, 애초에 남과 북을 갈라보는 태도 자체가 ‘분단주의적 사고’로 잘못되었다고 본다.

서경석 목사님에게 탈북자의 고언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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