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로 흘러들어온 북한 생활 쓰레기를 분석해 내부를 조명한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생활 쓰레기 포장지를 통해 북한 제품의 브랜드와 디자인, 생산공장 현황 그리고 북한의 정치선전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북한·통일 전문가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지난 1년여 동안 서해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대연평도·소연평도)에서 주운 북한 생활 쓰레기를 분석한 책 ‘서해5도에서 북한쓰레기를 줍다’를 최근 출간했다.
강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서해5도 곳곳을 누비며 쓰레기더미를 뒤졌다”며 “서해5도에서 수거한 북한 생활 쓰레기 제품 포장지는 모두 708종의 1414점에 이른다”고 밝혔다. 708종은 상표와 공장이 다른 개별상품 수를 의미하며, 1414점은 같은 제품의 중복되는 개수를 다 포함한 것이다.
그는 “당과류와 음료류는 물론 식품류와 잡화류 그리고 의약품까지 실로 그 종류가 엄청나다”며 “그렇게 하나둘 모은 생활 쓰레기는 북한 사회를 읽는 소중한 자료이자 보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은 북한 생활 쓰레기를 ▲당과 ▲제빵 ▲음료 ▲유제품 ▲식품 ▲양념 ▲주류 및 담배 ▲의약품 ▲잡화 등으로 분류해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눈에 띄는 제품은 지난 2016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평양곡산공장’에서 만든 ‘은하수 딸기향 크림속사탕’이다.
사탕의 포장지는 화려한 그림과 색상으로 뒤덮혀 있고 고양이 캐릭터가 새겨져 있다. 이 고양이 캐릭터는 일본의 유명 캐릭터 ‘헬로키티’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다.
원본 디자인을 참고해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으로, 이는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가 매우 크다. 폐쇄된 여건 탓에 외국과 지식재산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캐릭터 디자인을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북한 ‘선흥식료공장’에서 만든 ‘바나나 튀기 과자’에는 미국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의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
아울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과자와 유사한 디자인의 포장지도 다수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북한에서 생산한 제품 포장지를 보면 같은 품목의 한국산 제품을 카피한 듯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며 “전체적인 색상이나 특정 도안 그리고 내용물의 형태가 비슷한데 특히 과자류 제품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곰돌이 푸 모양으 캐릭터가 삽입된 북한 과자. 한국 과자 포장지와 유사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 사진=강동완 교수 제공
또한 강 교수가 수집한 북한 생활 쓰레기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가 나타났다.
강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제품의 포장과 디자인을 고려한다”며 “그런데 북한상품도 제품의 특성에 맞는 상품명과 디자인은 물론 캐릭터까지 그려 넣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제품을 단순하게 만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다는 게 강 교수의 말이다.
그는 “만약 북한상품 포장지가 색깔 하나 없는 단순한 비닐 포장에 불과했다면 굳이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별상품마다 각각의 특징을 보여주는 독특한 서체와 캐릭터가 그려진 포장지를 통해 북한의 디자인과 브랜드 현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책은 북한의 다양한 유제품, 의약품, 식품첨가물 생활 쓰레기를 비교하고 분석한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