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남매, 반세기만의 상봉’

난생 처음보는 남매가 서로 한 핏줄임을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7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 마련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태어난지 넉달만에 6.25 전쟁 발발로 누나 한정순(72)씨와 헤어진 한상규(56.인천시 동구)씨는 화상상봉장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혹시나’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북측의 누나가 남측의 형제들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적지 않게 놀랐고, TV화면속에 두 아들과 함께 나타난 칠순 노파의 모습도 생소했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돌아가신 뒤 수십년 세월이 흐르면서 생사도 알수 없었던 누나였다
하지만 가족의 생사와 안부를 묻는 대화가 이어지면서 서먹한 분위기는 사라졌고 대화를 시작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남매의 눈가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상규야, 누나다. 너무 오랜만이구나. 상덕(남동생)이랑 언니는 왜 같이 안 나왔니? 아버지는?”
“모두 돌아가셨어요, 누님.”
“서로 분단돼서 반세기가 지나고 보니 이렇게 그리운 형제가 죽은 줄도 몰랐구나. 언니가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가 막히구나. 조국이 분열된게 이렇게 가슴 아프구나…”
인천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던 정순씨는 전쟁 중에 부상병을 치료하다 북으로 건너간 뒤 의대를 졸업하고 평생 의사로 살아왔다고 했다.

북에서 결혼해 5남매를 두었고 상봉장에도 두 아들을 데리고 나와 동생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상규야 너 혼자 얼마나 외롭니. 누이가 근처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니.”
‘꿈같은 만남’을 가진 남매는 서로 친척들의 안부도 묻고 고향 인천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누나 정순씨는 “이제 세상에 우리 둘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다시 꼭 만날 때까지 서로 열심히 살자”고 동생을 위로했다.

상규씨는 북측의 조카들에게 “어머니를 잘 모셔달라” 부탁한 뒤 아쉽게 작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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