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쫓긴 북한軍 운전수들 차량절도 나서”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소재 군부대 운전수들이 차량 절도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운전수들은 차량절도범들과 공모, 써비차(service-car. 화물·사람들을 운반하는 승용·승합차, 화물트럭 등)를 절도해 부대 내에서 차를 해체해 시장에 부품을 내다 팔아 휘발유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을 포착한 해당 도 인민보안국에서 수사에 나섰지만 군부대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이들을 비호(庇護)하고 나서면서 조사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군과 보안당국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이다.


함경북도 청진시 소식통은 7일 “함북 청진시에 위치한 9군단 산하 45사단 직속 간부승용차 관리소대 운전기사들이 최근 사회 승용차 절도범들과 공모, 절도한 승용차를 부대 승용차 주차장에 숨겨놓고 차의 부품을 해체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인민보안국 수사처 일꾼들의 촉수가 사단에 미치자 해당 정치위원과 보위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경비중대에 ‘보안국 사람들을 절대로 들여놓지 말라’고 지시하며, 운전수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진행된 도 인민보안국 수사처의 차량절도 관련 집중조사를 통해 일부 절도범들이 검거됐다.


검거된 절도범들의 진술에 따라 이들이 절도한 승용차가 군부대에서 해체, 처리된 것이 밝혀졌다. 당시 절도범들은 “보안기관이 군부대 수색을 하지 못하는 조건을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군 운전수들이 차량절도에 가담하게 된 것은 심각한 경제난에 기인한다. 국가에서 휘발유나 부품 등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군부대 운전수들이 절도에 떠밀렸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승용차는 간부들에게 자존심으로 통한다”면서 “휘발유나 부품 공급이 없는 조건에서 운전수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자리를 보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외화벌이 일꾼들의 사업을 보장해주고 돈을 받아 휘발유도 사고 간부들의 대외 활동비도 보장했는데 최근엔 지구 경무부(헌병대)의 단속이 강화돼 이마저도 힘들어져 (차량절도는)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외화벌이 사업소 관계자 등이 와크(무역 허가증)없이 대중무역 등에 나설 때는 비교적 단속을 덜받는 군부대 승용차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거래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지금 군대 간부들은 능력껏 산다. 부대에 신병이 입대하면 점찍어 놓고 부모의 직위와 가정환경, 생활조건을 타산해보고 운전수 양성소에 보내 운전수로 채용한다”며 “때문에 이들이 운전수(운전병)인지, 그 집(간부)의 심부름꾼인지, 부관인지 장사꾼인지 도무지 모른다”고 말했다.


간부들의 운전수나 그의 가족들에 대한 요구가 도를 지나칠 때도 있지만 노동당 입당이나 대학추천에 용이하기 때문에 감수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자식들이 남들보다 입당을 빨리 하고 제대될 때 사회대학 추천을 바라고 힘들어도 참는다”고 전했다.


군 보위부 출신 한 탈북자는 “사단 간부승용차 운전수의 권한은 부대(사단) 내 과장급이나 예하부대(연대)의 대대장급들에도 코웃음을 치는 정도로 높은 간부들만 상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단장·정치위원·보위부장의 운전수는 ‘작은’ 사단장·정치위원·보위부장”이라며 “그들의 능력은 일반 병사들의 인사문제는 물론 장교들의 인사문제에도 개입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큼 운전수라는 자리가 군(軍)내 ‘노른자위’ 직급이어서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차량절도에도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에서 운전수들의 직급은 군단장의 경우 상위(중위~대위급), 군단 정치위원·보위부장은 소위(소위급), 사단장 운전수는 특무상사, 사단 정치위원·보위부장은 상사이다. 사단 이하 운전수들은 군단 산하 ‘운전양성소’를 나와 복무하게 된다. 군단 이상은 ‘자동차 군관학교'(평안북도 정주, 평안남도 덕천 등)를 졸업해야 배치된다.


운전수들은 군단 간부과에서 선발하는데 입대 직후 기술병종으로 분류된 군인 중 일부를 운전수양성소에 배치, 교육 후 각 사단에 배치한다. 장교 출신 탈북자는 “운전수 양성소는 군단 내 사관학교보다 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운전수로 복무하기 위해서는 토대가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