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어려운 北주민도 설날 맞아 꼭 구입하는 ‘이것’은?



▲북한에서 설명절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민족끼리(2013년 1월 13일) 캡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는 점은 같지만, 설날 아침 한국과 북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꿩고기나 닭고기를 넣은 떡국을 나눠 먹은 북한 주민들은 가족들과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뒤로 하고 김일성·김정일 동상이나 모자이크 벽화 앞으로 향한다고 한다. 공장·기업소 단위로 모여 충성을 맹세하고 꽃바구니를 헌화하는 등 김 씨 일가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날 아침 김 씨 일가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새 해(日)에는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북한 주민들은 얼마나 될까. 1990년대 대아사기 때 배급제가 붕괴된 이후 당국의 배려를 기대하는 북한 주민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당국의 배려는 장마당의 배려,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대체된 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설날 아침에 새 양말을 꺼내 신으면 올해도 행복할 수 있겠죠?”

다만 설날 아침, 묵은 것을 다 털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는 소망, 새해에는 묵은해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한다. 북한에 있을 때 설날 아침이면 ‘새 양말’을 신으며 새해 소망을 빌었다는 김현정(37, 2014년 탈북)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금도 설날 아침이면 ‘양말’ 만큼은 꼭 새것을 신는다고 한다.

양강도 출신인 김 씨는 25일 데일리NK에 “풍요로운 집안의 경우 겉옷, 속옷 모두 사 입을 수 있지만 넉넉한 집안이 아닌 경우, 설빔으로 옷을 사 입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 그런데 양말만큼은 새 것을 사 신었다”면서 “설날 아침, 장마당에서 미리 구매한 새 양말을 온 가족이 꺼내 신었다”고 소회했다.

김 씨는 “한국에 온 후 북한에 있을 때보단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면서도 “북한에 있을 때의 기억, 북한의 친척·친구들을 생각하며 양말을 신는다”고 말했다.

‘시장화’의 진전으로 북한 내 부(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설날을 맞이하는 북한 주민들의 양태도 다양해졌다. 군 간부, 돈주를 위시로 한 부유한 계층은 설빔으로 새 옷은 물론 풍요로운 설을 보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여전히 곤궁하게 설날 아침을 맞이한다고 한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설빔으로 옷을 사주고 싶어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 양말로 자녀들을 달랜다. 아이들 역시 새 옷을 입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부모의 형편을 뻔히 아는지라 지속적으로 고집을 피우지는 않는다고 한다.

양강도 출신 한정연(42, 2012년 탈북) 씨는 “북한에는 ‘설날 아침 새 양말을 신어야 복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새 옷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말일지 모른다. 어찌됐든 아무리 가난해도 양말 한 켤레 씩은 꼭 사서 새해를 맞이했다”고 소개했다.

설을 앞두고 장마당 내 양말 매대는 양말을 사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이다. 새해를 맞아 양말을 사고 또 선물해 주는 풍습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새해 소망을 비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니 양말 선택에도 고심을 거듭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최근에는 각양각색의 양말이 매대에 넘쳐나면서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특히 한국산 제품은 상표를 떼어낸 채 팔리고 있지만, 고상한 색과 질감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탈북민의 전언이다.

김 씨는 “보통 남자들은 주로 때가 타지 않는 남색, 검은색 등의 어두운색의 양말을 선호했다”면서 “손빨래하는 입장에서 어두운 색 양말이 좋기도 하다. 세탁기가 없는 가정이 많다 보니, 한국처럼 흰 양말을 신으면 빨래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양말의 색상, 디자인 등을 많이 고려한다”면서 “꽃무늬 등 화려한 색상의 양말에서부터 중국산 캐릭터 양말까지 장마당 양말 매대에 다양한 종류의 양말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이 지난해 12월 5일 평양양말공장에서 양말 생산에 혁신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특히 북한 장마당에서 한국산 양말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양말을 포함한 한국산 제품의 유통을 통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많은 요구로 인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씨는 “북한도 양말 공장에서 제품을 많이 생산한다. 하지만 인기가 없다”면서 “한국 제품이 가장 인기 있고, 그 다음이 중국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양말이 질이 가장 좋았다. 매대에서 상표를 떼고 팔리고 있었는데, 매대에 가보면 한 눈에 한국제품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면서 “한국산 양말 가격은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양말 한 결례에 2만~3만 9천 원 정도인데 비싸게 판매돼도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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