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난 겪던 삼지연시 한 가정, 보위부에 편지 남기고 ‘탈북’ 감행

김정은 삼지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사진으로 공개한 삼지연시 전경. /사진=노동신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고 보위부의 단속도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근 생활난을 겪던 양강도 삼지연시의 한 주민 가족이 탈북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삼지연시 사는 한 가족이 살기 어려워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만장의 편지를 보위부에 남기고 지난달 22일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보위부와 주변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한 가족의 가장은 삼지연시의 농장원으로 일하는 여성으로, 그는 남편 없이 홀로 오누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 연명하기 힘들 만큼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족의 탈북 사실은 집 굴뚝에서 이틀째 연기가 나지 않고 아무런 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인민반장과 동네 주민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 이들이 쓴 편지를 발견하면서 알려지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이 전해온 바에 따르면 이 가족이 실제 보위부에 남긴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지연시는 시내 주민들만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배급을 주고 농촌주민들은 분배도 없으면서 인민경제 계획만 죽도록 해야 하니 더는 못 살겠다. 입에 풀칠 정도만이라도 하려고 죽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갈수록 힘들고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요즘엔 국경에 장벽까지 쌓고 약초나 열매 밀수도 못 하게 하는 형편이니 더는 앞이 보이지 않아 떠나기로 작정했다.

가족이 나란히 누워서 조용히 굶어 죽을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내 손으로 내 자식들을 굶겨 죽인다는 것은 못 할 짓이어서 할 수 없이 떠난다. 어디 가든 조국을 배반하는 짓은 안 할 것이고 중국에 가서 조용히 농사나 짓고 품삯을 팔면서 하루 세 끼 배불리 먹다가 죽으려고 한다.

사상이 나빠서 가는 것은 절대 아니니 형제들이나 친척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시내에 대대적으로 소문이 돌자 시(市) 보위부는 국경주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상적 동요를 막기 위해 인민반장들과 정보원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사상 동향을 파악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한편으로 시 안전부는 주민등록 조사사업을 실시해 서둘러 마무리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 사건은 도당에까지 보고된 상태”라며 “현재 도당위원회는 뻔뻔스러운 민족반역자 행렬을 용서하지 말고 무자비하게 막아내야 한다면서 쏴 죽여서라도 도주(탈북)를 무조건 막으라고 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