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핵연계 전략 결국 재고될 것”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미국에서 북한의 핵신고 지연을 구실로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한국이 `선 북핵 해결과 한.미.일 공조 강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북미간 긴장이 남북간 긴장으로 이어지고 그 파급효과는 우리 경제에 가장 먼저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도산아카데미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과제에 관한 연설을 통해 “한국이 `선 북핵 해결과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한다면 미국내 대북 강경론이 탄력을 받아 결과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현 대북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간 연계전략보다 병행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 살리기를 최고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해외자본을 한국에 묶어두기 위해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커지고 남북관계 상황이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에 결국 연계전략은 재고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병향전략을 추진해 온 것은 “1990년대 초 핵연계 전략이 정치.외교.경제 면에서 우리에게 득보다 실을 안겨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으며,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묶어둘 필요가 있었고,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외교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일 3각공조 강화론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그렇게 되면 (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하고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남방 3각(한.미.일)과 북방 3각(북.중.러)의 대결장이 돼 표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에 따라 차기 정부의 대북구상인 ‘비핵.개방3000’의 “핵연계 전략은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 정부가 연계전략을 쓰다가 “만일 북미관계가 정치적 이유로 급진전돼, 미국에 협조적인 정권이라면 핵무기 보유도 허용한다는 ‘파키스탄 방식’으로 북핵 문제가 우리에게 불만스럽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생기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정 전 장관은 반문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초기 구상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주의 차원에서 병행전략을 추진해 나간다면 임기 중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 외교의 입지를 넓히고 경제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독일 기민당이 야당 시절 사민당 정부의 대 동독 정책을 비판했지만 집권 후에는 이전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나감으로써 마침내 독일 통일을 마무리했다”며 “차기 정부는 최근의 남북 합의 내용들이 차기 정부 임기내에 남북관계를 경제.사회.문화 공동체에 더 근접시키고 남북연합의 초기 단계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만은 일부러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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