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탈북자 인재 양성해야 통일 미래 밝다”

‘선진화’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25일 정식 출범한 가운데 1만 명을 넘어선 국내 정착 탈북자들도 탈북자 정착제도 개선과 대북정책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좌파정권 10년간 탁상행정으로 인한 탈북자 정착지원 제도는 겉으로 맴돌았고 탈북자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남한 사회로의 완전한 적응도 쉽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때문에 ‘실용’을 강조한 이명박 탈북자 정착지원 제도도 현실적으로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탈북자들은 이 대통령이 인수위원들과 함께 탈북자들의 정착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하나원’을 방문하는 등 탈북자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던 것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김창학 (가명, 2005년 탈북, 양강도 혜산시 출신, NGO 단체 활동가)=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첫발을 떼고 정착을 시작한지 10년이 넘는다. 그 사이 탈북자들의 행렬이 꾸준히 이어져 어느덧 1만3천명에 달하는 탈북자 사회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한국을 향한 탈북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정부차원의 여러 대책들에 대해 우리 탈북자들은 피부에 와 닿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탈북자의 존재가 한국사회의 ‘무거운 짐’인양 인식되어가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처지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듯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탈북자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탈북자를 보는 시선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햇볕’이라는 구실아래 북한의 눈치나 보고 퍼주기에만 급급한 정권에서 탈북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새 정권의 탄생이 탈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가치’와 ‘실용’을 앞세운 새 정권이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자세로 탈북자 문제에 접근해주었으면 한다.

◆이철영 (가명, 2002년 탈북, 함경남도 함흥시 출신, 자영업자)=새 정부에서는 탈북자들을 통일 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전 정부에서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았겠지만, 북한의 붕괴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정권이 갑작스레 붕괴되면 주민들의 거부감을 최소화 시키면서 신속하게 정치체제를 구축해 사회를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 탈북자들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서는 ‘이북5도위원회’와 같은 조직들을 재정비하고 탈북자들을 대거 등용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 특히 남한 정부와 사회과학자들이 탈북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통일 후 화합과 재건을 위한 단기적인 법과 규범, 중장기적인 계획들을 수립하고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최순영 (가명, 2003년 탈북, 함경북도 회령시 출신, 대학생)=탈북자들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재검토해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선 탈북자 정착금 제도를 고쳐야 한다. 탈북자 정착지원금이 직업프로그램과 취업에 따라 분할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부정행위들이 성행할 수밖에 없고,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기는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얼마 전 독학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한 친구는 정착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학원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독학에 의한 자격증은 인정할 수 없고, 지정한 학원을 졸업해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지원금 혜택을 준다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4대 보험에 가입한 탈북자들에게만 정착금을 지급해 주는 방식도 편법과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남한 사람들도 좋은 직장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탈북자들이 4대 보험에 모두 가입해주는 큰 회사에서만 일할 수 없다. 상당수 탈북자가 30대 후반이고 그중에서도 ‘노가다’같은 일용직 근로자가 많다.

노가다 판에서라도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탈북자들은 일을 안 하는 건달들로 인식해 정착금이 지급되지 않고, 4대 보험에 가입한 회사들은 허위로 탈북자들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정부지원금을 타내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외면했던 탈북자 지원제도를 현실적으로 손질하고,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정직하게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김경철 (가명, 2004년 탈북,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참가자)=이명박 정부에서는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더 많이 생겨 우리 탈북자들에게도 좋은 직업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솔직히 우리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노가다’가 아니면 8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탈북자라는 이름만 들어도 외면하고 있다. 우리도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 노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자리들은 우리에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대부분 북한의 가족이나 친척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탈북자들의 생활이 북한사회에 소문으로 전해지고 북한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동경이 커질수록 통일로 가는 길이 앞당겨질 것으로 생각한다. 새 정부에서는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한광영 (가명, 2006년 탈북, 평안남도 신의주 출신, 대학생)=탈북자 사회가 형성된 지 10여년의 세월이 지났고, 그 숫자도 1만3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탈북자들이 제 손으로 우리 탈북자들의 생활과 고민을 그려낸 변변한 신문이나 잡지가 없는 현실이다.

탈북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남한사회에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통일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언론을 마련하는 일에도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