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실용외교’는 햇볕정책 비판적 접근

“햇볕정책의 원론적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지향해야 할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원칙에 대해 대북정책과 외교현안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22일 ‘원칙’을 강조했다.

햇볕정책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따스한 햇볕을 내리쬐면 겨울나그네(북한)도 이에 부응해 두텁게 껴입은 불필요한 외투(억압장치)를 풀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게’ 해야 하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햇볕정책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난 10년 간 한국정부가 견지했던 대북 정책, 나아가 외교안보정책의 키워드로 평가받는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해 외교가의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학계에서 진행되는 논란을 별개로 하고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키워드를 조율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 내부에서도 햇볕정책과 그 성과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의 핵심은 지난 10년 간 북한에 대해 ‘관대한 포용정책’을 구사한 결과가 과연 긍정적이었느냐에 집중된다. 그리고 당연히 정파적 시각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10년 간의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거나 동조적인 사람들은 “햇볕정책을 구사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평화국면도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의 주장은 10년간의 남북정세, 특히 북핵 문제를 협상에 의해 해결하려는 최근의 외교적 국면에 익숙해진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향후 5년의 한국 정부를 책임질 핵심 인사들은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햇볕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추진했다면 크게 문제삼고 싶지 않지만 지나치게 정서적이고, 관대하게 적용한 점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난 10년간 ‘주다보면 결국 북한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앞세워 북한과의 전략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남북협상이든, 다자협상이든 협상은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지난 10년간의 상황을 보면 마치 북한에 져주기 위해, 아니면 북한을 배려하기 위해 협상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했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이명박 당선인의 생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이 주창하는 ‘실용외교’를 대북 관계에 적용해보면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얼마든지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도 “`비핵.개방 3천 구상'(북한이 핵폐기를 하고 개방하면 10년 내에 북한 주민의 소득을 3천달러 수준으로 올리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은 상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실 햇볕정책의 원론적 의미를 제대로 적용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마련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인수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시간이 과연 북한 편이냐”고 반문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6자회담 등)을 하고 있지만 다급한 쪽은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고 북한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핵 프로그램 신고를 놓고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6자회담 상황과 관련, 북한이 끝내 적극적인 자세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재추진하고 한미일 3각 동맹을 축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인수위 내부에서는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의 결과 등을 분석한 뒤 ▲갑작스런 정책의 전환으로 대결양상으로 흐르는 것도 지양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북한의 변화와 호응을 전제로 대북 지원을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새로운 외교적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을 놓고 활발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인이 지향하는 실용외교라는 맥락을 감안해 새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특징짓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실질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실용외교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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