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국가인권위 인적청산에 적극 나서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차기정부가 해결해야 할 10대 인권과제’를 제출했다.

10대 과제로는 빈곤층 생활보장 및 빈곤탈피 기회확대, 비정규직 고용안정, 아동청소년노인여성 인권 강화, 이주외국인 차별시정 등 우리사회의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관심 촉구가 대부분이다. 누가 보아도 국가인권위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들을 열거해놓았다.

그런데, 7번째쯤에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북한주민과 탈북자 인권보호’이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10대 과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주민과 탈북자 인권보호’를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도대체 어떤 짓을 해왔던가?

적어도 북한인권과 관련해서 김대중-노무현의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 외면 기구’ ‘북한인권 묻지마 기구’ ‘북한인권 미필적 탄압기구’였지, 결코 인권기구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 역내에 사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김대중-노무현의 국가인권위가 김정일 독재정권과 손잡고 북한인권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사실을, 전 지구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 유엔인권위와 유엔총회에 대북인권결의안이 5번 상정되어 4번이나 불참과 기권을 되풀이했는데도, 찍소리 한번 못낸, 정말 지지리도 못난 인권기구가 바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었던가?

그런 직무유기의 장본인인 국가인권위가 스스로 나서서 북한인권 해결을 새 과제로 제시했다니, 이거야말로 세상이 뒤집어져도 유분수지, 정말 자던 소도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 아닌가?

아무리 정부가 바뀌고, 권력이 바뀌었다 해도 국가인권위가 하루 아침에 입 닦으며 ‘북한인권 개선을 권고’한다고? 정말 가소롭고도 가소로운 일이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국가인권위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북한주민, 탈북자, 재외국민, 재외동포의 인권보호 강화’ 분야에서 “그동안 국내외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유엔인권기구와 주요 국가 등에서 북한주민의 생존권과 자유권의 열악한 수준에 대한 지적과 그 개선방안이 제시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기 정부에 대해 ▲ 북한주민 인권상황 실태파악 및 개선방안 마련 ▲대북지원사업의 분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적절한 조치 강구 ▲ 재외 탈북자의 의사에 반한 강제송환 방지 ▲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들에 대한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도적 실질적 시행 등을 덧붙였다.

정말이지, 일말의 죄책감이나 부끄럼 없이 ‘태연’하게도 나열했다. 국가인권위의 이 모습은 마치 살인 범죄자가 나중에 경찰의 ‘현장검증’에서 태연하게 범죄를 재현하는 장면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든다. 국가인권위는 정말 부끄럽지도 않은가?

초등학생의 일기장 검사가 아동 인권침해라고 판정하면서도, 북한 어린이들이 김정일 수령독재 전체주의를 미화하는 ‘아리랑’ 공연에 동원되어 집단적으로 학대받는 행위에 대해선 일말의 언급도 없던 곳이 명색이 ‘국가인권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황색 인권기구’이다.

2006년 북한에서 공개처형 위기에 처한 손정남씨의 동생 손정훈씨에 대한 국제적인 구명(求命) 요청에 대해 ‘우리의 조사 영역에 벗어난다’며 각하(却下)결정을 내렸던 곳이 바로 국가인권위였다.

동티모르의 인권을 언급하면서, 또 이라크 사람들의 인권 때문에 이라크 전쟁 반대성명까지 냈으면서도, 서울에서 불과 60km 떨어진 인권 이전의 사회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외면한 사람들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라는 거창한 직위를 가졌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북한인권 개선 과제’를 감히 국민들 앞에 내놓을 수 있는가? 그 뻔뻔스러움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게다가 이들이 새 정부에 권고하는 ‘북한인권 개선방안’이란 것이 그동안 여러 북한인권단체들이 국제사회에 청원했던 내용들을 그대로 베껴 옮긴 것에 불과하다. 이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할 일 중에서 국가인권위에 대한 인적청산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 이들 중에는 ‘인권’을 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이 ‘밥그릇 지키기’ 차원에서 임기제를 악용하면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기구로 할지, 독립기구로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 ‘정부조직 효율성 달성’보다 더 시급한 일은 이제부터 ‘대한민국이 보편타당한 인권 인식을 갖고 있는 상식적인 국가’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의 품격을 되찾는 일이다. 그런 일의 출발이 바로 인적청산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국가인권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가인권위의 인적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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