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혜산시가 도시 리모델링을 위해 기존 살림집을 허물고 건설한 아파트들이 속속 완공되면서 겨울철을 앞두고 주민들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내 곳곳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가운데 한편으로 아파트 입주권을 둘러싸고 철거 주민과 건축회사, 시(市) 인민위원회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시 인민위원회와 갈등을 빚은 혜산시 혜장동 2개 인민반 40여 세대는 작년 말까지 양강일보사 뒷편 땅집(단층집)에 거주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건축회사는 인민위원회 허가를 받아 여기 땅집을 허물고 9층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주민들에게 기존 땅집에서 나온 자재와 일정기간의 노력, 건설비용까지 제공 받는 대신 완공 후 우선 분양을 약속했다.
그런데 입주가 임박한 지난달 중순 혜산시 인민위원회와 건축회사는 아파트 분양 세대를 도당위원회 간부들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해당 철거 세대들은 빨라야 봄에 완공되는 인근 아파트에 입주하도록 지시했다는 것.
소식통은 “이곳 주민들은 양강일보사 옆 ‘ㄱ’자형 아파트 바로 뒷편에 신축된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돼있었는데 갑자기 입주가 취소되고 다른 아파트를 배정 받았다”면서 “이사를 준비하던 철거 세대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인민위원회 주택과에서는 인근 아파트로 가라고 하는데 거기는 아직 뼈다구(골조)도 제대로 서지 않았다”면서 “주민들은 건물 자재와 노력을 제공하고, 돈까지 낸 집에 못들어가게 되자 시인민위원회 신소과에 몰려가 집단으로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인민위에 거칠게 항의하며 “인민위가 해결하지 않으면 중앙당에 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인민위원장은 주택담당과에 즉각적인 해결을 지시했지만 도당 간부들이 입주하기로 돼 있어 난감한 처지에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입주 예정인 도당간부들은 위연동에 지은 10층 아파트를 배정 받았는데 이 아파트 골조공사가 마무리 된 후 부실공사라는 소문이 돌면서 입주를 거부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두 개 인민반 주민들은 시내 변두리에 움막을 지어놓고 살아왔다”면서 “겨울 문턱인데 이제와서 새로 집을 지어주겠다고 하자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평안남도 숙천군 당위원회 책임비서가 주민들의 살림집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개인 2층집을 지었다. 원래 살던 집에서 쫓겨나 시외 변두리로 옮긴 4세대가 중앙당에 신소를 해서 이 책임비서가 해임철직된 바 있다.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간부 출신 탈북자는 “당시 숙천군 책임비서는 ‘20세기 변학도’라는 낙인까지 받고 농촌으로 추방됐다”면서 “이번에 개인투자까지 한 주민들은 당당하고, 인민위원회 책임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단체로 항의를 해도 누르기 어렵다. 주민들 신소를 들어주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