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남북회담 연기 의미와 전망

이달 22~23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철도협력분과위원회 회의가 북측의 요청으로 연기됨에 따라 그 배경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왜 연기 요청했나 = 북측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연초이고 준비할 사항이 있어 회담을 좀 미루자”며 회담 연기를 요청했지만 그 보다는 다른 고려사항들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남한 정권 교체 이후 참여 정부와 합의한 사항들이 이행될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약 회의가 열렸다면 남북은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의 범위와 추진방향 ▲철도공동 이용을 위한 실무적 문제 ▲베이징 올림픽 남북응원단의 열차이용을 위한 철도 긴급보수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다.

이미 개보수를 위한 현지 조사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철도분과위 회의를 통해 구체적 사업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면 북한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가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들을 `지속추진’, `재정 범위내 추진’, `타당성 확인후 추진’ 등 3가지 범주로 구분하면서 철도개보수 사업을 핵문제 진전상황을 고려, 타당성을 확인한 후 추진할 사업군에 넣은 것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시 말해 북측 입장에서는 핵문제의 교착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 개보수가 조기에 진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그간 대북 사업을 총괄조정하고 남북대화를 주도해온 통일부가 외교부로 흡수통합되는 일부 기능만 남긴 채 사실상 해체될 상황에 놓인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측 입장에선 남측의 새 정부 출범후 대북 교섭 라인의 전면적인 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당국자들과 모종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남한 새 정부에 적용할 대남 전략이 수립될 때까지 예정된 회담은 일단 뒤로 미룬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인 연기 요청을 했을 것이라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인수위를 통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미사일방어체제(MD) 논의 등 북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슈들이 제기됐음에도 북한이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서 보듯 북한의 올해 대남 전략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듯 보인다”면서 “북으로서는 남한에 대해 경제적으로 아쉬울 것이 있는 만큼 대남 전략을 세울 때까지 상황을 신중히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다른 회담 어떻게 될까 = 새해 남북 간에 개최일정을 합의해 둔 첫번째 회의가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1~2월 중으로 잡힌 다른 회의 및 현장조사도 예정대로 개최될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철도분과위 외에도 남북이 1~2월 중 갖기로 한 회의로는 베이징 올림픽 공동응원단 열차 이용 관련 실무접촉, 자원개발협력분과위, 농수산분과위 실무접촉, 해주특구 현지조사를 위한 실무접촉(이상 1월), 환경보호.산림분야 실무접촉, 기상협력 실무접촉, 개성공단협력 분과위, 도로협력분과위 등이 있다.

또 현지조사로는 보건의료협력, 개성공단 진입도로, 해주특구 및 해주항 등과 관련된 3건이 1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당장 오는 31일께 개최하기로 한 해주특구 및 해주항 현지조사 일정부터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졌다. 2007 남북정상회담 합의내용의 핵심사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한 해주특구 사업도 `타당성 확인후 추진’의 범주에 속해 있어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에서도 극복하지 못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 간 입장 차가 새 정부 출범 후 더욱 선명해 질 것이며, 따라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미래는 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밖에 공동응원 실무접촉, 보건의료협력 현지조사 등 인수위가 상황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힌 사업들도 아직 일정조차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진척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