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북한에선 어떤 일이

새해에 북한에서는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행사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정권수립 60주년(9.9), 2005년에는 노동당 창당 55주년(10.10), 2006년에는 ‘ㅌㆍㄷ'(김일성 주석이 1926년 10월 만주 화전에서 세웠다는 최초의 혁명조직) 결성 80주년(10.17)을 계기로 연초부터 주민 노력동원과 경제선동에 주력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달궜다.

이와 달리 올해는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도 97회, 67회로 5, 10주기 등 이른바 ‘꺽어지는 해’에 해당되지 않으며 정권수립일과 노동당 창당일도 61주, 64인데다 북한군 창건일(4.25)은 77주년,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정전협정일, 7.27)은 56주년, 헌법절(12.24)은 37주년이어서 특별히 성대한 기념행사는 없이 예년의 수준으로 치르게 된다.

대내적으로 볼 때 가장 주목되는 정치행사로는 지난해 임기가 끝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가 꼽힌다.

북한은 2003년 8월3일 임기 5년인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687명을 선출했기 때문에 지난해 7, 8월에 차기 대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일정이었다.

1998년 7월26일 제10기 선거와 곧이어 소집된 제10기 1차 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일체제 1기’를 출범시킨 북한은 5년 만인 2003년 8월3일 11기 선거를 치르고 ‘김정일체제 2기’를 정상적으로 작동시켰으며, 2012년을 ‘강성대국’ 달성의 해로 잡은 상황에서 ‘김정일체제 3기’를 출범시킬 제12기 대의원 선거가 지난해 치러질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해를 넘겼다.

선거가 연기된 구체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북한 정치일정의 불가측성과 함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어쨌든 북한은 올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을 선출, 체제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정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펴낸 ‘2008년도 정세 평가와 2009년도 전망’에서 “북한은 2009년 7~8월 중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 중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등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에다 내부 체제정비라는 측면에서 대의원 선거일정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정치일정이 없는 올 한해 북한 사회를 뜨겁게 달굴 키워드는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들 수 있다.

북한은 1일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는 제목의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하고 올해를 “당의 부름따라 전 인민적인 총공세로 강성대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역사적인 비약을 이룩하여야 할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규정했다.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한 것을 계기로 1950년대 ‘천리마운동’의 대고조를 다시 살려 2012년으로 잡고 있는 ‘강성대국’, 이 가운데 ‘경제강국’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의도이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총공격전”, “전 인민적 총공세’ 등의 용어가 등장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올 한해 북한 사회는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이 휩쓸 것으로 관측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천리마운동을 거론하는 것은 이 운동이 전후 인민동원을 통해 경제복구에 성공한 것을 감안해 강성대국을 위한 또 한 번의 ‘인민동원, 노력동원’을 하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북한 당국이 식량난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문제를 의도한 대로 원만하게 풀어나갈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내적인 주민동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체제 안정과 대외관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김 위원장의 건강에 더 이상 특별한 상황이 없이 체제가 동요하지 않아야 하며, 북핵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방향으로 진행돼 대미관계 등에서 진전을 이룩하는 것이 과제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민간 인권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올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강조했으며, 또 다른 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의 앨런 롬버그 선임 연구원은 “만일 북한 지도부에 대한 교체가 있게 될 경우 이는 순조로울 수도 있지만 다소 혼란스런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며 “북한의 대미 접근방식과 핵 문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문제와 대미관계에 있어서는 북한 신년 공동사설이 처음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언급하고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에 대한 비난이 없는 것으로 봐 오바마 정부에 일종의 기대를 갖고 나름대로 잘 협상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이 배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대미관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대북정책을 세우도록 “두 달 정도의 시간을 줄 것”이라며 “이후 미국이나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강경발언과 벼랑끝 전술을 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남관계의 향배도 주목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극렬한 대남 비난을 계속해 당분간 남관관계 개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대한 해설 기사에서 남한 이명박 정부가 “선언(6.15, 10.4선언)의 기본이념인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실천행동으로 증명해보이지 않는 한” 북한이 대남관계에서 “기존 노선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남측에서 새로운 접근을 보일 경우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돼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대외관계로서는 중국과 수교 60주년(10.6)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친선협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알려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해 수교 60주년을 맞는 내년을 ‘북중 우호의 해’로 기념하는 것을 북측과 합의한 바 있고,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신년 연회에서 다 같이 올해는 북중간에 “매우 뜻깊은 해로 될 것”이라며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가 ‘조중 친선의 해’를 계기로 각 분야에 걸쳐 더욱 확대 발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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