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아버지’ 이충원 하나원장

북한을 이탈해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새터민)들에게 첫 안식처가 되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이충원(李忠元) 원장(49)을 두고 하나원 안팎에서 부르는 별명들이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남짓 ‘명절이나 휴일을 불구하고’ 하나원을 지켜오며 이런 별명을 얻은 이 원장은 거듭 손사레 치다가 지난 8일 응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터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보안시설’인 하나원이나 원생인 탈북자들에 대한 얘기를 속속들이 소개할 수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면서 “우리 교육생(탈북자)과는 끈끈한 정을 나누며 선생이자 부모, 오빠로 지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육생들이 선생들(직원.강사)을 맘에 들어하면 공부도 잘할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도 저절로 생길 것”이라며 “초창기에는 국가 혜택을 받으면서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점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생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난해 여름 홍수 피해지역인 경기도 안성시에 수재의연금 106만여원을, 연말에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우의 집(성가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57만원을 각각 전달하기도 했다.

하나원에 들어온 새터민에게 탈북과정과 제 3국 생활에서 받은 고통을 씻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게 하는 것과 ‘행복은 그냥 굴러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을 터득하도록 하는 것을 그는 ‘임무’로 받아들였다.

이 원장은 “한국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새터민들이 막연한 이상만 갖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나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행복은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교육생들이 스스로 이를 깨닫게 하기 위해 먼저 하나원을 거쳐간 선배들의 정착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자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잘 나가는 사람보다도 노동 현장, 공장, 식당 등에서 일하는 ‘보통’ 선배들을 불러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줌으로써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교육생들이 우리 원을 떠난 뒤 매일 매일 부닥치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문제를 논의할 때 종종 등장하는 하나원 교육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서도 “탈북자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하나원을 흉보는 글이 나오면 교육생들이 댓글을 달아 ‘그게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나원을 나서는 졸업생에게도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고 새 생활에 대한 강인한 의지와 독립심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나원에 있을 때는 정성을 다해 원생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지만 떠나보낼 때는 기대치를 낮추도록 하고 있다”면서 ‘시집가는 딸’을 보내는 부모같은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하나원에서 나간 여성 탈북자들이 아예 ‘이충원의 딸 OOO’이라고 적은 청첩장을 만들어 보내오는 경우가 많아 예식장을 찾아다니며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주말을 보내기 일쑤다.

그는 “올해 들어 벌써 다섯 차례나 하나원 출신 신부의 손을 잡고 아버지 역할을 했다”면서 “졸업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는 결혼식장 찾아다니는 일도 더 바빠질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 원장은 하나원을 떠난 새터민들의 정착지원제도에 대해서는 “운영하는 사람들이 잘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으나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터민 정착촌은 주거와 취업을 연결하는 시도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많은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또 새터민의 주민등록번호에 하나원 소재지 지역코드가 동일하게 들어가는 데 따른 신분 노출 피해가 일자 일괄적인 주민번호 부여 대신에 새로 배정된 거주지에서 주민번호를 발급받는 방안을 짜내기도 했다.

하나원 교육을 담당하는 이 원장에게는 ‘애프터 서비스’에 해당하는 문제지만 ‘새터민의 아버지’로서 ‘남의 일이 아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원장은 끝으로 신입 교육생이 쓴 ‘새로운 고향, 하나원에 온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내용의 편지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앞으로도 ‘자애로운 아버지’ 역할에 충실할 것”을 거듭 다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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