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도 `기러기 가족’ 현상”

서울대 통일연구소 김병로 교수는 29일 “최근 새터민 사회에서 북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그냥 남아 있으라고 하는 `기러기 가족’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날 한반도평화연구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1만 새터민 우리의 짐인가, 힘인가’ 세미나에서 “새터민 절반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터민이 북에 두고온 가족 때문에 외로움, 죄책감, 불안감을 겪는데다 가족을 탈출시키려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돈이 든다”며 “요즘 일부 새터민은 차라리 북한으로 돈을 부쳐줘 가족들이 그 곳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새터민이 그만큼 한국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혼자 고생하기로 마음먹고 돈을 송금하는 새터민이 늘어날수록 통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새터민에게 정착금을 5년간 나눠주다 보면 그 뒤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새터민 중 일하는 사람은 40%밖에 안된다”며 “직업상담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청소년과 여성, 노인 등 집단별 특성을 고려한 적응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탈북자들이 가족 때문에 북한에 몰래 다녀오거나 전화를 거는 사례가 증가하는데 국가보안법에 따라 이들을 계속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다”며 “새터민과 가족의 만남을 제도권 안에서 보장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터민 1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대다수 새터민은 영구임대주택에 살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정부의 생계보조금에 의존하는 등 최하층민으로 전락했다”며 “이는 무엇보다 새터민이 가진 직업 기술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새터민들은 하나같이 남한 사회의 냉대와 차별, 지나친 호기심과 근거없는 우월감 때문에 정착이 힘들다고 호소한다”며 “새터민을 `귀찮은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생산적 기여자’로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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