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달아주는 DMZ 도연스님

쌀쌀한 초겨울 날씨를 보이고 있는 요즘 중부전선 최전방지역에서 새집을 달아주는 스님이 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주변 철원평야에서 새들을 촬영해온 도연스님(53)은 이달 초부터 지장산 도연암에서 새집을 만들어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를 위해 그는 요즘에는 쓸모가 거의 없는 낙엽송을 인근 제재소에서 켜와 전동톱으로 절단, 조립해 암자 주변 나뭇가지에 새집을 설치하고 있다.

새집에는 동고비나 박새가 드나 들수 있는 출입구와 잠시 앉을 수 있도록 자리, 봄철에 소독과 청소를 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며 나무 표면이 미끄러울 경우 새들이 발톱으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패질은 하지 않는다.

도연스님이 이처럼 새집 달아주기에 나선 것은 최근 야생의 고양이들이 늘어나 번식하는 새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보니 둥지틀 만한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새집은 봄에 매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찍 새집을 설치해야 새들이 낯설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잡고 월동하며 내년 봄에 짝짓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초겨울에 설치한다.

새집은 대개 모양이 비슷하지만 딱따구리 집은 청설모가 새집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길게 만들며 청설모 등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 나뭇가지에 줄로 새집을 매달아 놓는 경우도 있다.
스님이 암자 주변에 달아 놓은 20여개의 새 집에는 자리를 잡은 새들도 있는가 하면 구애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자신을 방문한 기자에게 “박새 1마리의 가치가 90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의에 빠진 사람이 새를 보고 희망과 건강을 되찾는다면 이 보다 큰 가치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내가 만든 새집에서 새들이 새끼를 치고 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은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또 “500 나한을 모시기 때문에 앞으로 500개의 새집을 만들어 만들 예정”이라며 “나누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새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연스님은 최근 최전방부대에서 총기 사고 등이 일어나는 것은 장병들의 정서불안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군인들의 정서를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올겨울에는 ‘군부대 새집 달아주기’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겨울철마다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등 희귀 철새들이 찾아오는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내 철원평야 등에서 수 년째 철새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비행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오고 있다.

한편 도연스님은 도연암이라는 산속의 컨테이너에서 수행중이어서 ‘컨테이너 스님’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당으로 지은 비닐하우스 안에는 부처님이 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지장산 위로 자유의 상징인 새들이 비상하는 자신의 사진이 불상을 대신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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