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유엔 북인권조사위 입장 분명히 밝혀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The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HRNK)는 최근 발간한 자료집에서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정치범수용소인 ’25호 관리소’의 면적이 과거와 비교해 72%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민간 위성 업체인 디지털글로브가 25호 정치범수용소와 주변을 찍은 위성사진을 과거와 비교 분석한 것으로, 2009~2010년 수용소 주변 지역에서 농경지 개발과 유지·보수 및 건축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져 수용소 면적이 580㎡에서 1000㎡로 72% 증가했다는 것이다.


수용소의 둘레도 3710m에서 5100m로 37%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자료집에 따르면, 수용자를 감시하는 경비 초소도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003년 20개였던 경비 초소가 2007년엔 22개, 2009년엔 26개, 2010년엔 17개가 늘어 총 43개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의 증축도 2010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는 수용소 주변에 아주 작은 건물만 조금씩 지어졌지만, 2010년에는 수용소 정문과 농경지 사이에 큰 건물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북한 인권유린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2009년 정부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평안남도 개천과 북창, 함경남도 요덕, 함경북도 화성, 회령과 청진 등 6곳에 설치되어 약 15만 4천 명이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그 성격이 ‘혁명화구역’과 ‘완전통제구역’으로 나누어지는데, ‘혁명화구역’은 수감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심사를 거쳐 석방될 수 있지만, ‘완전통제구역’은 한번 수용되면 다시는 일반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북한의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석방된 후 한국으로 넘어온 수십 명의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많은 수용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심한 육체노동과 영양실조로 폐렴·결핵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나, 별다른 약도 없고 치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완전통제구역’에서 2005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에 온 신동혁의 수기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보면, 부모가 모범생활을 해서 이루어진 ‘표창결혼’으로 수용소 안에서 태어난 그는, 수용소 안에서는 김일성·김정일조차 모를 정도로, 노동에 필요한 지식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동물적인 환경에서 지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한국전쟁 후 북한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면서 만들어졌는데, 이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세습과정에서 김정일 후계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면서 확대되었다. 이런 경험을 참고한다면, 이번에 수용소가 확장된 것도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세습과정에서 비판자나 반대자를 제거하여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미국 북한인권위도 2010년을 기해 25호 수용소가 크게 확장된 것은, 그해 9월 병세가 악화된 김정일이 김정은을 대장으로 임명하고 권력 이양 과정에 들어가면서 ‘기존 권력 내부에서의 숙청’, ‘국경 이탈에 대한 엄중 단속’ 등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조치가 잦아진 점도 수용소 확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다수의 북한인권운동가들과 탈북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외부 세계는 한때 외국 유학생활을 했던 젊은 지도자가 집권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대내적으로는 개혁개방 등 경제 향상과 아울러 일말의 인권개선이라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의 미사일 발사와 2월에 진행된 제3차 핵실험이 기존 대외정책에 대한 수정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 것이라면, 뒤늦게 알려졌지만, 수용시설의 확대는 내부적으로도 인권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정권도 주민의 생명과 인권증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자신의 정권과 체제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인권침해에 대해서 각종 대응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와 2005년 유엔총회에서 시작되어 작년까지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켜, 북한 당국에 인권개선을 압박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높일 것을 촉구해왔다. 이러한 결의안에 따라 2004년부터 북한인권보고관이 임명되어 NGO 등이 제기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제반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서를 제출해왔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의 인권개선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전혀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지난해 말부터 유엔 내 북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COI)를 설립해 북한 내부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진행하자는 주장이 광범하게 제기되었다. 마루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월 1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03년 이후 유엔이 결의하고 작성한 60여 개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북한에 대한 조사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대응방안에 대한 권고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나비 필라이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수십 년간 북한 내에서 일어난 심각한 범죄를 조사할 수 있는 충분히 발달된 국제 조사위원회를 만들 때가 왔다”며 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일본과 호주도 2월 말 개막된 2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조사기구 설치 결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EU도 곧 공식지지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지식인과 북한인권 NGO들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한 데 이어, 2월 27일 하태경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93명의 의원이 ‘UN 북한반인도범죄조사기구 설립지지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EU를 비롯해 일본, 미국 등의 인권이사회 이사국과 북한인권 NGO의 유엔 내 북한인권 전담 조사기구 설치 주장에 대해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권 교체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인권문제에 대한 상시적 대응은 정부의 임기와는 관계없이 일관되게 지켜져야 할 중요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다행히 며칠 전 익명의 고위 당국자가 유엔의 북한인권 전담 조사기구 설립과 관련, “기존(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1명)보다 예산·인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금명간 유럽연합(EU)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인권이사회 이사국 간 협의가 있을 예정인데 우리나라도 협의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전망을 밝게 한다.


특히 박근혜 신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과 인수위 활동 등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적극 천명해 왔다는 점에서, 이제는 책임 있는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국제사회에서 합당한 역할을 전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