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대북정책 2,3월 시험대 설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당선인의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2-3월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북한은 이르면 1월말 남한에 비료지원을 요청해오며, 또 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이르면 3월 방미, 부시 대통령과 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핵신고가 지연돼 북미간 신경전이 재연되는 조짐은, 북한의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매년 1월말 또는 2월말이 되면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시작해온 만큼, 올해도 빠르면 1월말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탐색을 겸해 같은 요청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비료지원 요청이 있으면 현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이어서, 일방적 대북지원에 부정적인 새 정부의 인수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10일 “북한의 비료 지원 요청은 단순히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해 남북관계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이 적잖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시험대로, 북한의 핵신고가 ‘10.3합의’에 명시된 시한인 작년말을 넘긴 상황에서 핵문제가 꼬이는 국면에 봉착하면 새 정부는 핵문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미국을 제외한 중.러 등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관계 등 다차원 방정식에 맞닥뜨릴 수 있다.

북한의 핵신고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내에서 대북 강경 목소리가 높아지고 부시 행정부가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될 때, 한반도 위기상황 관리라는 과제가 새 정부에 안겨진다는 것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핵 신고가 늦어질수록 부시 행정부의 북핵 협상 방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은 취임 후 3월 방미,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때까지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내 분위기는 더욱 악화돼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한국에서 새정부 출범후 열리는 첫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시선은 북한의 성실한 핵신고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조치의 논의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불가피하다.

미 행정부는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도 중단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전례가 있다.

“참여정부 초기 개성공단 착공식이 6개월이나 지연된 것도 북핵문제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미국측의 우려때문”이었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전후해서는 미국이 남북장관급 회담과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의 연기, 각종 경협사업의 신중한 추진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했었다”고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소개했다.

그는 비핵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거나 결렬된다면 “새 정부가 대북정책 조정을 하기 앞서 먼저 미국측에서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요구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내년 3월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 전에 핵신고 문제에서 미국의 신고기준에 응하는 자세를 보일지 최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와 같이 “우리는 사실상 자기 할 바를 다한 상태”라는 입장을 견지할지 주목된다.

북한이 핵신고에 긍정적인 태도로 나서면, 한미정상회담은 북한 핵폐기의 다음 단계로 진입을 위한 대북 상응조치를 중점 논의하는 자리가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새 정부가 한미동맹과 공조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대북 압박주문을 수용할 공산이 크고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측의 반발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새 정부의 대북 비료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중단 등의 카드를 내세워 남북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끌고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북전문가는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진면목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는지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의 경색 국면에서 새 정부가 미국의 대북 압박 주문에 부응할지, 아니면 주도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설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매년 1∼2월 사이에 내부적으로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를 열어 한해 대남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당선인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보면, 이 연석회의도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끝날 때까지 미룰 가능성이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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