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공영의 대북정책’ 공식화…배경은

정부가 향후 5년간의 대북정책 비전을 ’상생.공영’으로 공식화함에 따라 그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비핵.개방 3000’ 구상과 함께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모토로 내걸었지만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상생.공영’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비핵.개방 3000에 대해 정부는 ‘선(先) 핵폐기 후(後) 협력’이 아니라 핵해결과 남북관계를 병행 추진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으나 북한은 이 구상을 ‘반통일선언’ 또는 ‘전쟁선언’으로 부를 정도로 적대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북핵 폐기 후’를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폐기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등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통일부 안팎에서는 비핵.개방 3000의 기조를 유지하되 이 구상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게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날 마침내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이라는 비전을 공표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상생.공영이 거시적인 비전이라면 비핵.개방 3000 등은 상생.공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비핵.개방 3000을 ’상생공영’의 하위 개념으로 정리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비핵.개방 3000이 계속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대표하는 것으로 부각될 경우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기도 전에 불필요한 논쟁이 야기되고 북한의 격한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대북정책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비난하는 것을 우리의 대북정책을 대표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화해협력’이나 ’평화번영’처럼 당위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목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설명해 공감을 얻고 협력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핵.개방 3000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지지는 받았지만 중국은 공개적 지지를 꺼리고 있다. 중국은 참여정부의 대북 평화번영 정책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시했었다.

정부 당국자는 “비핵.개방 3000이 비전이 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향후 5년간 국민과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제시하고 북한과 같이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비전이 무엇인가를 고심한 끝에 상생.공영이 가장 좋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상생.공영’을 비전으로 공식화한 것에 대해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면 정책추진이 어렵다는 현실 인식하에 북한의 거부감이 많은 구호 대신 중립적 표현을 쓴 것 같다”며 “이것이 현 정부 대북정책의 본질적 변화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이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의 연장선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비전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책이 나온 것이 아니므로 이것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성급하다는 신중론도 많다.

한편으로는 금강산 피살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이러한 비전을 공표한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 하는 지적과 함께 반대로 이것이 북을 향한 하나의 ’유화 제스처’가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전부터 검토돼 오던 정부의 비전이 최근 정리돼 지금 발표하는 것일 뿐, 금강산 사건을 의식해 전략적으로 홍보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남북관계와 금강산 사건은 분리 대응한다는 원칙은 이번 비전 발표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전면적 대화를 제안한 이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이 있었고 앞으로 8.15 경축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새로운 대북 구상이 거론될 것인 만큼 그 중간 단계로 새 정책을 담을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을 선보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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