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종료..남북관계 속도낼까

남북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당국간 협의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 할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9.26~10.1)를 무난히 치러냄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남북이 작년 2월 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협의(8월 적십자회담)를 거쳐 사업(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킨 사례다. 북한이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남북관계도 풀어 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이벤트이기도 했다.

9월6일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고 ‘신종플루’의 여파도 우려됐지만 상봉행사는 예정대로 무난히 진행돼 일각에서는 남북관계도 이제 풀리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남북관계가 큰 틀에서 북핵 문제의 진퇴와 행보를 같이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의 목표와 의제 등에 대한 남북 당국의 입장이 상이한 것도 신중론에 힘을 싣는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가 북한을 북핵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핵포기 공약을 재확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별개로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향후 남북대화를 할 경우 북핵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우리 정부의 ‘그랜드 바겐’ 구상을 비난(9월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한 데서 보듯 우리의 기대대로 핵문제 해결에 순순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조선반도 핵문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로서 철두철미 조.미(북,미)사이에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한데서 보듯 핵문제를 남북대화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남북관계를 북미관계 진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관리해가면서 각종 협력을 통해 실익만 챙기겠다는 속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1일 “북으로선 북.미 협상이 잘 되더라도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그 공백을 메우고 북미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남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대북접근에 미온적인 현 상황에서 북한이 쌀.비료 지원 재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장관급 회담을 제의하는 등 좀 더 과감한 대남 접근을 해올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현지시간 지난달 28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제는 김정일 장군의 결단에 의해 북남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며 남북관계를 풀어갈 뜻을 재확인한 것도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북핵을 남북대화의 주의제로 삼겠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이 무턱대고 대화를 제의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성과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남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모종의 ‘압박’을 곁들여 가면서 당분간 남북간에 소강국면을 보내려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 모두 북핵 문제에서 뭔가 실타래가 풀릴 때까지 한동안 ‘관망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오는 4~6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고 곧이어 북.미 양자대화, 6자회담 등이 순차적으로 개최되는 등 북핵 상황이 급진전할 경우 남북관계도 예상외로 속도를 낼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