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된 盧와 무표정 金의 첫만남 10분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김정일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기 위해 ‘4.25문화회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정일의 등장으로 현지 분위기는 크게 고조됐지만 정상간 만남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도착 당시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김정일은 11시 55분 노무현 대통령의 환영식이 열리는 4·25문화회관 광장 앞에 깔린 붉은카펫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일은 환영 인파가 운집한 연단을 향해 여유있게 손을 흔들었지만 부은듯한 얼굴에 걸음도 조금 불편한 모습이었다.

김정일은 오른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채 서있어서 뒤에서 잡은 카메라 앵글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12시 1분 무개차량에 탄 노 대통령이 4·25문화궁전에 들어섰다.

노 대통령은 4·25문화궁전에 도착하기 전 인민문화궁전에서 무개차량으로 갈아타고 김영남 의장과 함께 환영식 행사장에 도착할 때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평양 거리에 운집해 있던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꽃을 흔들며 노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는 함성을 외쳤다.

붉은 카펫 위에 노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멈춰서자 김영남 의장이 먼저 내려 김정일에게 인사를 했다. 이어 차에서 내린 노 대통령이 자신을 기다리는 김정일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김정일은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도 떼지 않은채 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을 맞았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고 김정일의 손짓에 따라 카펫 위를 행진했지만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긴장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고, 김정일은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봤다. 남측 수행원과 북측 관계자들은 카펫 양쪽에서 둘을 따라갔다.

카펫을 걸을 때 김정일은 걸음걸이가 약간 부자연스럽고 순간적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노 대통령 내외가 환영식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 20여명과 악수를 나눴다. 화동 대신 북한 여성 두 명이 환영 꽃다발을 전했고, 노 대통령은 꽃다발을 위로 들어 평양 주민들에게 인사 했다.

두 사람이 사열대로 이동하며 연단앞을 지나자 주민들은 큰 목소리로 다시 ‘만세’를 외쳤다. 노무현은 손을 흔들며 응대했지만 김정일은 주민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때 주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만세’라는 환영 구호를 외치며 꽃을 흔들었다. 수천명의 북한 주민들이 동시에 구호와 손짓을 멈추며 쥐죽은듯한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이 날 환영식을 위해 훈련을 거쳤음을 알 수 있었다. 북한 주민들 중에는 김정일을 보고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환영식에 나온 평양의 여성들은 울긋불긋 한복을 차려입고 손에 붉은색의 김정일화와 분홍빛의 진달래꽃을 들고 있었다. 남성들은 어두운 색 양복을 차려입었다.

12시 6분 김정일이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 다른 수행원들은 모두 고개를 약간씩 숙였지만 김장수 국방장관은 정면으로 김정일을 응시하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두 정상은 분열대에 올라 북한 육해공 3군의 사열을 받았다.

군열을 받고 내려왔을 때 노 대통령은 긴장이 풀린 듯 밝은 표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김정일도 이때는 간간히 박수를 치며 노 대통령 내외와 같이 카펫 위를 걸었다.

카펫 행진이 끝난 직후 김정일과 노 대통령은 악수를 하고 노 대통령이 먼저 차량에 탑승했다. 노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문화회관을 빠져나가자 김정일도 뒤이어 차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개성~평양간 도로는 수해로 인해 일부 파손되긴 했지만 시속 100km 안팍으로 달리는 데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평양은 비교적 깔끔한 분위기라고 현지 남측 취재단은 전했다. 평양은 어제까지 빗방울이 조금 떨어졌지만 현재 날씨가 개인 상태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