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군 2군단 직속 통신대대 1중대에서 기밀문서가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 군단 전체가 비상이 걸렸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일 데일리NK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2일 2군단 지휘부 직속 통신대대 1중대 갱도 전투근무장에서 벌어졌다. 이날 오후 인계 시 근무일지와 ‘무선 제원’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선 제원은 교신 규칙에 관한 군 기밀문서를 뜻한다. 아군(북한군) 무선 대호 및 통신암호를 규정해 놓았다는 점에서 무선망 당직수들이 관리하고 교대 시 철저히 인계인수하도록 군법으로 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사건 발생 직전에 당직을 섰던 김 모(18세, 여, 하급병사) 군인을 호출했는데, 그는 조사를 받던 중 “문건을 갈기갈기 찢어 먹어버렸다”고 실토했다.
2군단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분실 사건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면 전군(全軍) 통신망 무선 제원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당연히 이 군인의 동기까지 제대로 문초해야 했다.
돌아온 답변도 충격적이었다. 2군단 보위부 4부(수사)의 추궁에 김 씨는 “분대장(중사) 배 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수사의 초점은 배 씨의 만행을 밝히는 데로 넘어갔고, 그가 김 씨의 물품을 상습적으로 갈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김 씨는 1년 반 동안 지속해서 분대장에게 크림(로션), 비누, 생리대, 신발, 배낭, 동화(冬靴) 등 소모품을 깡그리 빼앗겼고, 분대장이 주는 낡은 것들을 쓰며 생활해 온 것이다.
실제 보위부는 김 씨의 사물함에 갈아입을 속옷도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한 벌을 세탁하면 군복만 입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보위부가 김 씨를 체포할 당시에도 그가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 씨의 만행은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났다. 김 씨뿐 아니라 다른 병사들의 물품도 빼앗아 이를 팔아 자금을 축적해 왔었던 것이다. 이른바 ‘제대 준비’다.
정황을 파악한 2군단 정치부는 우선 배 씨를 병사로 강등하는 처벌을 내렸다. 상급의 직위를 이용해 하급을 학대하고 ‘상하일치’에 저해를 줬다는 혐의다.
김 씨는 군단 보위부에 의해 무선통신병에서 군단 고사총 중대로 조동(調動)됐다. 이는 군 기밀문서를 임의로 개인 복수에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군 당국은 전군 무선 제원 교체사업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김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2군단 내부에서는 “어린 병사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무선 제원을 씹어 삼켜버렸겠냐”는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