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게 전투…악으로 버틴다”

▲ 벼를 추수하는 북한주민들

북한에서 쌀값은 바로 민심이다.

먹는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쌀값 상승은 주민들 시름을 두 배로 늘려 놓는다. 올해 수해로 생산량이 줄자 혹시 쌀값이 들썩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올해 북한 내 식량 부족 사태는 얼마나 심각해질까?

농촌진흥청은 올해 북한이 448만t의 식량을 생산했다고 추정했다. 지난 해 여름 평안남도와 황해남도의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수해로 13만t 정도의 쌀 생산량이 감소된 것으로 분석했다. WFP도 약 430만t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의 한 대북지원 단체는 북한의 농업생산량을 280만 톤으로 추정하였으며 150만 톤 이상의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올해 심각한 식량위기가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북지원단체의 우려와 달리 북한의 식량사정은 현재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편이다. 내년 식량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북한 시장의 반응은 없다. 다들 수해로 농사가 안되고 원조가 줄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뿐이다.

쌀값은 가을에 오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신의주를 비롯한 대도시지역의 쌀값은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900원~1100원, 옥수수는 350원~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춘궁기 대아사 전망은 비 현실적

북한의 식량가격 안정에는 주민들의 소토지(뙈기밭) 농사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토지로 농사짓는 주민들이 적지 않으며 여기에서 생산되는 생산량은 일부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 가구당 적게는 500kg, 많게는 1t 정도의 옥수수나, 조, 콩 등을 자체로 생산하고 있다.

과거 김일성은 식량 5백만 톤이면 주민들에게 식량배급을 주고, 전국의 식료가공공장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북한 내부에서는 보통 하루 최소 식량공급량을 1만 톤 정도로 보고 있다.

WFP와 한국 농총진흥청 통계에 따라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440만t 정도라면 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 아사나 대량 탈북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400만t은 북한 주민 평균 1인당 하루 550g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중국의 원조와 북·중무역을 통한 쌀 유입(합법·비합법 포함)도 가능하다.

배급제가 붕괴된 후 각자의 삶의 방식을 터득한 북한주민들은 활발한 개인장사와 소토지 농사를 통하여 지금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실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식량사정이 악화되는 것은 사실인 만큼 주민들의 생존투쟁은 더욱 고달파질 전망이다.

핵실험에도 제각각 반응하는 북한 민심

핵실험 후 북한민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북한의 권력층과 군부, 무역이나 장사로 돈 꽤나 모은 부유한 사람들(특권계층)을 포함한 상류층은 핵실험 후 자신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의 운명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정일이 핵을 고집한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 단둥(丹東)에 나와있는 북한 무역업자 김해준(가명·41) 씨는 “핵실험과 핵무장으로 미국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두려운 것이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이와는 반대로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일반 주민들은 괜히 소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서 개인 (판)매대를 가지고 공업품이나 식료품을 팔면서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 사는 주민들, 지방에서 소토지 농사로 살아가는 농민과 노동자들은 핵실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청진에서 시장 매대를 운영하는 한경희(가명•42세) 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오직 먹고 살아 가는 데는 쌀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핵실험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이들이 털어놓는 북한 속사정은 말이 아니다. 한 씨는 “지금까지 10년 이상 명절날 외에는 전깃불을 모르고 사는 우리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한 씨는 “해가지면 전기도 땔감도 없이 근근히 살아가는 꼴이 소나 돼지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함북 회령시장에서 국수를 파는 이 모 씨는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살지. 살아있으니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하루하루 살기 위해 악을 쓰고 버틴다”고 전했다.

2007년 북한 민심은 여전히 날카롭다

90년 이후 ‘고난의 행군’을 거쳐 10년 이상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기아상태에서 벗어나 10년 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체제에 대한 불만은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북한 민심도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고난의 행군’시기 평안도와 황해도에서는 함경도에 비해 아사자가 비교적 적었다. 평양과 가까운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은 북한의 중요한 쌀 생산지역으로 함경도에 비해 식량사정이 훨씬 좋은 편이다.

위의 자료에서 보듯이 한국과 국제농업기구(FAO)를 통하여 95부터 98년 사이 매해 평균 200만 톤에 가까운 식량이 북한에 지원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원이 가장 많은 해에 사망자도 가장 많이 발생했다.

함경도는 평안도에 비해 당국에 대해 더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낸다. 2000년 이후 꾸준한 대북지원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평안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다면 그 지역은 함경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7년에도 대북제재가 계속된다면 북한 당국은 외화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당국은 주민들을 외화벌이에 총동원 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바로 생계문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김정일의 방패막이가 된 북한 간부들도 통치자금이 부족해지면 균열 조짐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 핵실험 등 연이은 강수는 지도부를 속시원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007년 북한 주민들은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만약 미공급 때처럼 굶어 죽을 지경이면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내부 소식통은 전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남문시장 상인들의 집단 항의사태는 이러한 악화된 민심이 어떤 계기를 통해 집단 항의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위는 우연적 요소가 강하며 정치적 성향을 띠지는 않고 있다.

군대와 정권기관의 권위가 무너진 조건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우연한 생활형 항의시위가 집단소요로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끝>

데일리NK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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