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역 중국..카드 바꿨나

9.19 공동성명의 산파역을 했던 6자회담 주최국 중국은 이후 1년 동안 북한과의 사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시작은 위조지폐 유통을 이유로 한 미국의 대북한 금융제재였다. 북한은 핵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맞서면서 6자회담은 추진력을 잃은 채 격랑에 휘말렸다.

이른 시일 내에 차기 모임을 열기로 한 6자회담이 장기적인 교착국면에 빠져들면서 중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 노력을 계속했다.

미국의 양보를 간접적으로 촉구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을 ‘주권국가의 권리’로 변호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혈맹’이던 시절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을 지지하면서 양국의 틈은 벌어져 갔다.

중국이 자국내 금융기관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는 등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문이 미국쪽으로부터 흘러나오기도 했다.

선양(瀋陽) 주재 미국영사관에 보호중이던 탈북자 4명 가운데 3명의 미국행에 전례없이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북한을 제외한 10개국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하면서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안보리 대북 결의 찬성이 국제여론에 밀린 소극적인 동참이었다면 북한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10자회동에 나선 것은 적극적인 태도 변화로 해석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은 이런 관측통들의 분석에 쐐기를 박기라도 하듯 양국간 간극 봉합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미국이 이달 하순 대북 경제제재 방안 발표를 검토중인 것에 대해 제재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북한 압박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원칙적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개월여 만에 재개된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 평화 안정 유지에 유효한 기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이야말로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처리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중국이 결코 북한에 등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의 대북 인식과 관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노무현 대통령의 10월 방중 추진이 공식화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남북한 정상 간의 만남에서는 6자회담 복원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중국측이 어떤 카드로 북한의 회담 복귀를 설득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를 향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하는 상황이어서 중국이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중 정상회담이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미의 의견을 조율한 다음 북한에 제시하는 것이 담판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후진타오-김정일 회담에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은 두말 할 것 없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다. 중국이 그 대가로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확고한 체제 보장과 대폭적인 경제 지원을 생각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북한의 대중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국이 지난 수개월 사이 북한에 한 ‘서운한 조치’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다소 서먹서먹하고 껄끄러운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복원되고 6자회담이 어떻게 생명력을 회복할지는 남북한과 중국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그 해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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