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나는 판에 강바닥만 파서 뭐하나”

최근 북한지역의 호우 피해와 관련 북한당국의 임시방편적 대책이 낳은 고질적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식량난 시기 최소 35%이상이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림자원 복구가 미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하천준설, 제방관리, 상하수도정비, 홍수예보 등 수해예방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1~23일 함경남도, 강원도, 자강도, 개성시 등에 350~400mm에 이르는 폭우가 내렸다.


함경남도 신흥군에서는 살림집 220곳과 공공건물 65곳이 완파됐고 영신다리 등 여러 교각과 1천m 이상의 도로, 500정보의 논밭이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의 경우 23일 하루에만 630여세대 살림집이 침수되거나 파괴됐으며, 장자강 물이 불어나면서 전천- 만포사이의 일부 도로와 20여개의 다리, 그리고  500정보(495여만㎡)의 논경지가 유실 매몰된 것으로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일 이 시기 함경남도 흥남시에 농촌지원을 나갔던 고등중학교 학생 40여명을 포함한 120명의 주민들이 폭우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거의 해마다 수해를 겪고 있는 원인으로는 우선 치산치수 사업을 전개할 기자재 부족이 첫번째로 꼽힌다. 또한 주민동원식 건설사업이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는 사회분위기 탓에 사람의 노동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형식적인 보강 조치만 취해지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북한당국의 수해피해 예방대책 발표내용>





북한의 국토관리과 사정에 정통한 탈북자 A씨는 “북한에서 6월말~7월초 장마철이 되면 나름대로 수해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재정부족으로 인해 근본적인 예방사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방을 쌓을 시멘트와 돌도 부족한데다 이를 운반해 올 차량이나 연료가 없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제방에 흙을 쌓는 수준에서 보수공사가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국토관리과 간부들은 제방의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지면  중앙의 지시를 완수한 것 처럼 상부에 보고한다”면서 “제방복구에 동원되는 주민들은 ‘하나마나 한 일을 자꾸 시키는 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북한 ‘도시건설대’ 사정에 밝은 탈북자 B씨도 “북한의 제방과 상하수도 설비망의 대부분이 아직도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중앙의 자금 투자가 부족해 이들을 제대로 보수‧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함경북도 청진의 경우 상하수도설비망 60%정도가 1930년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들의 보도에서도 종종 확인된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07년 수해발생 당시 “기계수단은 없고 대부분 수십에서 수백 명의 주민이 동원돼 맨손으로 돌 바위 등을 실어 나르며 흐르는 물을 막았다”며 “복구 작업용 중장비가 부족하고 재건에 필요한 시멘트와 강철, 기름 등 물자가 모자라 복구 작업이 이중고에 시달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탈북자 C씨는 “북한의 수해는 거의 산사태에서 부터 시작된다”면서 “강둑 쌓기, 강바닥 까기 등 하천 관리사업보다 산림조성 사업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후반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뙈기밭을 개간하게 했고, 산림자원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무분별한 벌목을 권장했다”면서 “북한의 산림법에는 ‘나무 한그루를 베었을 때 열 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산림감시원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수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훼손된 산림에 대한 복구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북한의 자연재해 취약지도’란 보고서에서 “북한은 토양유실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산림생태계의 복원을 서둘러야 하며, 산림복원시 산림농업과 연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평양 10만호 주택 건설’과 같은 체제선전용 건설사업을 중단하고 산림자원 복구 및 수해예방 사업과 같은 인민생활 분야에 자원을 투입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수해발생→인명피해발생→외부원조요청’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위해 북한 당국이 먼저 정책 전환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2007년 8월 사망.실종자 600명에 이재민 100만명을 발생시킨 수해를 당했던 당시  남한으로부터 경유 500t, 철근 5천t, 시멘트 10만t, 트럭 80대, 건설장비 20대 등 총 374억원 규모의 긴급지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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