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는 ‘무상시리즈’와 ‘반값 등록금’ 등을 둘러싼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내년 총선·대선 등 중요 정치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복지문제는 중요 이슈로 정치쟁점화되는 양상이다. 복지 아젠더를 선점하는 문제는 총선·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제기하는 ‘무상복지’와 ‘반값 등록금’ 등은 무분별한 구호에 지나지 않으며 무책임한 ‘포플리즘’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는 최근 발행된 계간 시대정신 겨울호(통권 53호) 특집좌담 ‘한국형 복지모델을 모색한다’에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비스는 유상인데 유일하게 나온 것이 무상급식”이라며 “실제로는 사회서비스가 무상도 아닌데 정치권에서 무상이라고 선전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혼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값 등록금’에 대해 구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본인부담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학등록금까지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저소득층의 기회보장 차원에서 대학 진학 후 (자신의 능력으로 상환하는 방식의) 학자금상환제를 과감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부분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같이 정치적 방향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순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원장도 정치권에서의 ‘무상’이라는 용어는 실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모두 ‘공짜’라고 생각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보편적 복지나 선별적 복지의 표현 역시 현실과는 맞지 않아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국공립대학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드시 공부해야 할 사람들은 국공립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가격지원과 수요를 개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반값 등록금’은 정치적인 표현이지 경제논리에 맞는 것은 아니라며 기본적으로 부유층에게까지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 역시 저소득층에 대해 등록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반값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또 지금보다 등록금을 낮추게 될 경우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져 노동시장과 연결시킬 경우 대학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하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고등학교 졸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용익 서울대 교수겸 민주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에 대해 “우리나라의 높은 대학진학률의 원인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대체재가 없으니 대학교육은 강제로 소비하는 형태로 어떤 방법으로든 대학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무상이라는 의미는 국민들이 일정한 부담을 하고 이용 시에 무료라는 의미”라며 현재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무상’이라는 용어에 약간의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좌담 참석자들은 복지확대에 따른 재정적인 안정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가부채에 의존하기보다 국민부담률을 일정부분 높일 필요가 있으며 세수확보를 위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시대정신 이번 호에는 특집논문으로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본부장의 ‘한국 복지재정의 효율성 및 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과제’와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의 ‘서구 복지의 흐름과 새로운 패러다임’ 등 복지에 관한 내용과 함께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의료제도’에 대한 논문도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