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통한 북한 읽기

2003년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북측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들어있는 플래카드가 비를 맞는 것을 보고 항의했던 일은 당시 우리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지도자의 사진이 북한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안다면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일간지 사진기자인 변영욱 씨가 쓴 ‘김정일.JPG'(한울 펴냄)는 북한의 대표적 신문인 노동신문에 실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한 면을 들여다본다.

늘 같아 보이는 사진이지만 북한에서 ‘1호 사진’이라고 불리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을 찍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과 원칙이 정해져 있다.

오른쪽 목 뒤에 커다랗고 불룩한 혹이 있었던 김일성의 사진을 찍을 때는 왼쪽 얼굴을 중심으로 비스듬히 찍어 혹을 가린다. 그 덕분에 노동신문에 나오는 김일성 사진의 95%는 모두 그의 왼쪽 얼굴이다.

반면 김정일의 ‘얼짱각도’는 정면이다.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키높이 구두를 신는 김정일을 찍을 때는 거의 정면에서 전신을 찍어 구두가 나오더라도 뒷굽의 높이가 보이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김정일이 키 높이 구두를 신는다는 사실은 2002년에 외신기자가 찍은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저자는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권력 변화를 읽어내기도 한다.

김정일은 1974년부터 후계자로 추대돼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지만 1980년 10월 노동신문 2면을 통해 처음으로 신문을 통해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할 당시까지 한 번도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일의 사진이 등장한 적이 없었으며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유훈통치기간 3년 동안 김정일 단독 사진보다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등장하는 ‘2숏’사진이 반복해서 실린다. 김정일의 단독사진은 유훈통치가 끝난 1997년 1월부터 많아지는데 이는 바로 김정일이 실질적인 지도자로 등극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밖에도 북한의 사진 기자들도 이른바 ‘뽀샵’을 하는지,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 등 북한 사진기자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