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종료 경수로 장비, 활용 가능성 거의 없다”

▲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연합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는 1일(한국시간) 대북 경수로 사업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정부와 사업 주체인 한국전력은 청산 방법이 우리측에 유리하게 체결됐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건설되기 시작한 신포 경수로는 1997년 8월 첫삽을 뜬 지 8년10개월 만에 공식 종료됐다. 남은 것은 가중된 핵위기와 천문학적 예산 낭비.

그동안 신포 경수로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총 15억 6천 2백만 달러. 남한이 11억 3천 7백만 달러, 일본이 4억 7백만 달러, EU가 1천 8백만 달러를 각각 부담했다. 미국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면서 약 3억 5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게다가 경수로 청산비용도 우리측이 떠 안게 돼 우리측 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KEDO는 북한 밖에 있는 모든 경수로 관련 기자재 소유권을 한국전력에 일임하는 대신, 청산비용 일체를 한전이 책임지도록 우리측과 합의했다.

한국전력은 청산비용을 최대 2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KEDO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 5천만 달러, 공사에 참여한 업체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공사 중단 클레임 액수가 최대 1억 5천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했다.

정확한 손익 계산은 1년 정도 지나봐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산비용만 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인수 받은 기자재 재활용 보장 없어

경수로와 관련된 기자재 등의 가치는 지급될 당시의 가격에 따라 추산할 경우 약 8억 3천만 달러에 이른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신포 경수로와 같은 용량의 원전을 국내에 짓는 방안, 기자재의 해외 수출, 국내 원자로의 예비 설비 활용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국익을 최대한 고려해 관계국들과의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이번 KEDO의 결정사항에 따라 청산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경수로사업 기자재와 관련해 설계비용 1억3천만 달러를 포함해 총 8억 3천만 달러가 투입된 점을 감안할 때 한전이 경수로사업 관련 기자재를 인수할 경우 청산비용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에 남아있는 경수로 관련 장비와 기자재의 반출이 북한의 반발로 어려울 가능성이 있고, 반출되더라도 기자재와 장비의 노후로 인해 가치를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클레임 액수도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것.

신포 경수로는 이미 설계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한국형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대와 달리 해외 판매가 쉽지 않다는 것.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장비와 시설을 구입해 청산비용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맞춤형 설계이기 때문에 호환 가능성 거의 없다”

서울대 원자력연구센터 강정민 박사는 “일반적으로 원자로가 건설될 때는 지어질 곳에 따른 맞춤형으로 설계된다”면서 “원자로 부품이나 설비가 호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로 재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맞춤형으로 설계되었고 이미 부품들이 신포 경수로에 맞도록 완성품으로 제조되었기 때문에, 국내 예비용으로 사용되기도 어렵다. 수출은 더더욱 힘들다”고 일축했다. 그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청산비용이 충당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내에 있는 기자재와 장비 등은 북측이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한으로 가져오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경수로 관련 청산비용 2억불을 마련하는 것도 힘들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지금까지 투자된 11억 3천만 달러의 세금 낭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핵협상이 타결될 경우를 고려해 신포 경수로 부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