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없이 ‘비용’만 노린 브로커 기승…북송 위험 키워”


▲북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한 거리.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중국 당국의 내부 감시 강화로 탈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이른바 ‘생계형 탈북 브로커’들이 무리하게 탈북민들을 이송하다가 중국 공안(公安·경찰)에 발각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탈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브로커 비용’을 목적으로 탈북민들을 이송시키다가 의도치 않게 탈북민 북송 위험을 키우는 데 일조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12년 김정은 정권이 자리 잡은 뒤로 중국 내 탈북 브로커에 대한 소탕 작전을 암암리에 진행하면서 중국 내 탈북 환경은 급격히 악화돼 왔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북한 당국은 북한 내부와 중국 체류 브로커들을 연결하는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치밀하게 감시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2013년경부터 시진핑 정권도 체제 안정을 위해 내부 감시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 탈북 브로커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2014년경부터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탈북을 돕던 브로커들마저 대부분 중국에서의 작업을 철수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탈북민 구출을 사명처럼 여겼던 브로커들일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체포 및 북송 가능성을 우려해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위 ‘베테랑’ 브로커들이 중국을 뜨자 이 자리를 ‘초짜’ 브로커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일어난 중국 내 탈북민 체포 및 북송 사건 대부분도 관련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브로커들이 연루됐다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탈북민 구출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저 돈만 노린 채 브로커 행세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애꿎은 탈북민들이 중국 당국의 감시에 걸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탈북 비용 확보에 혈안이 된 일부 브로커들 사이에선 더 많은 탈북민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삼기 위해 탈북민 이송 경쟁까지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안의 추적을 피해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브로커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탈북 ‘실적’을 쌓는 데 급급해 하는 것이다.

원래는 안전상 탈북민을 많아야 2, 3명씩 이송해야 하지만, 최근엔 탈북민 12~15명을 한꺼번에 이동시키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아무리 위장을 해도 탈북민 십여 명이 무리지어 다니면 공안의 눈에 띄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브로커 경험자들은 입을 모은다.

2010년대 초반까지 탈북 브로커 일을 했던 탈북민 강춘원(51·가명) 씨는 최근 데일리NK에 “중국에서 감시가 강화되면서 그나마 브로커 일을 오래 해왔던 사람들마저 겁을 먹고 몸을 숨기게 됐다. 그 자리를 브로커 비용을 노린 중국인이나 탈북민들이 차지하게 된 것”이라면서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는 브로커 중 절반은 탈북민 구출에 대한 사명은커녕, 탈북민을 도와 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 목숨으로 장사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중국 당국의 내부 감시 강화로 탈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이른바 ‘생계형 탈북 브로커’들이 무리하게 탈북민들을 이송하다가 중국 공안(公安·경찰)에 발각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 그래픽=데일리NK

◆ 브로커 의뢰 끊길까봐 북송돼도 ‘쉬쉬’…후원 받으려 ‘탈북 실적’ 거짓 홍보도

탈북 비용을 노린 브로커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탈북민이 공안에 체포돼 북송되는 일이 벌어져도 이를 한국에 정착해 있는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브로커 본인이 관여했던 탈북민이 북송됐다는 게 알려질 시 ‘브로커 경력’에 빨간 줄이 그어질 수 있다고 판단, 한국에 이미 정착해 있던 탈북민 가족들에게 상황을 거짓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브로커 실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일부 브로커는 탈북민을 데려오는 과정에 사고가 나면, 그만큼 자기네 ‘고객’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탈북을 돕는 일을 장사라고만 생각하니 사고가 나도 책임을 회피하기 바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로커 세계의 ‘큰 손’으로 통하는 몇몇 베테랑 브로커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교회나 선교단체로부터 브로커 비용을 후원 받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역시 후원이 끊길까 탈북민 이송 중 벌어지는 사고들을 여러 차례 은폐해왔다는 게 복수 소식통들의 증언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브로커 A 씨(50)도 중국에서 탈북민을 이송할 현지인 브로커들을 대거 고용할 만큼 두둑하게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이 씨가 고용한 브로커들이 인솔하던 탈북민들이 공안에 체포된 사건도 여러 번 발생했지만, 이를 후원 교회나 단체에 즉시 알린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이 북송 위기에 놓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A 씨의 상황을 제보해온 소식통은 “A 씨가 선교회를 운영하면서 국내 일부 교회와 선교단체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이 돈으로 중국에서 현지 브로커들을 고용해 탈북민들을 언제 어디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하는 것”이라면서 “A 씨가 현지 브로커들에게 가장 먼저 시키는 일은 탈북민들에게 ‘감사합니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게 한 채 사진을 찍어 전송하게 하는 것이다. 이 사진을 후원자들에게 보내 후원을 이어가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문제는 이들이 그 사진을 찍은 후 중국을 무사히 건넜는지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현지 브로커들도 탈북민들이 체포되든 말든 준비한 차량에 태워 보내는 것으로 (A 씨에게) 보고를 마친다”면서 “A 씨를 후원하는 교회와 단체들도 사진 속 탈북민이 한국에 무사히 들어왔는지 제대로 신경을 못 쓸 때가 많다. 이는 탈북민 구호를 도왔다는 명분을 쌓는 게 목적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브로커 활동에 대한 후원을 받아온 A 씨는 최근 자신의 지시 하에 인솔되던 탈북민들이 공안에 체포된 사건을 모르쇠로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 달 A 씨가 고용한 브로커들을 따라 이동하던 탈북민 8명이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한 작은 마을에서 공안에 체포됐는데, A 씨가 이를 가족들에게 알린 건 날짜가 한참 지난 후였다”면서 “탈북민 가족들의 비판이 커지자 A 씨는 ‘현재 구출 활동 중’이라고 둘러대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 본인 브로커 경력을 잃지 않으려는 데 더 관심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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