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與, 대선승부는 남북공조 올인?

▲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6.15 정상회담 5주년 기념식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완패했다. 국민들은 현 집권세력이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은 정계개편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내 정국변화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는 김정일 정권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렸다. 대선도 아닌 지방선거부터 개입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북한도 향후 남한정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친미사대주의자, 전쟁광’이라며 맹공을 퍼부은 결과, 이 후보가 낙선하자 자신들의 비방 선전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북한은 박 대표를 ‘유신의 창녀’, 한나라당을 ‘친미 역적무리’로 규정하고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전쟁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12년 만에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게 한나라당을 물고 늘어지면서 2002년의 재연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와 정반대였다. 열린우리당은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 당의 존립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의 표현대로라면 6.15 선언이 날라가기 바로 직전이다.

참여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어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 일리 있다’고 표현한 적도 있고, 위폐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김정일 정권을 비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DJ-노무현 정권은 지원과 양보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통해 수백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인도적 지원을 앞세워 투명성 보장도 없이 쌀과 비료 수십만 톤을 지원해 왔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4회 연속 기권하는 등 대북 외교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북한이 겪고 있는 핵 문제, 식량위기, 경제제재, 외교적 고립을 참여정부가 완화 또는 보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미 국내 여론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과 저(低)자세, 동맹국과의 불협화음, 조건 없는 퍼주기, 친북단체 난동을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태도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북, 남한대선 개입 어느때보다 높아

대남 정세에서 큰 위기감을 느낀 북한 당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나올지가 큰 관심이다. 북한은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남한 국민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불러 올 수 있는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NLL을 빌미로 서해상에 군사 충돌을 일으키거나 핵 전쟁 엄포 같은 극단적인 공갈 쇼를 자행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집권세력의 대북 행보에는 적극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졌다. 참여정부는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남북정상회담 같은 ‘평화와 통일 이벤트’를 통해 정국을 돌파하려는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정치, 교육,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정책에서 성공한 게 별로 없는 정부로서는 대북 이벤트를 통해 일거에 열세를 만회하려는 욕심을 부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한나라당의 ‘수구적’ 성향을 강조하고 지지층을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남북문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 그동안 여당은 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계속해서 촉구해왔다. 김정일도 대북유화정권의 재등장을 위해 노 대통령의 러브콜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남과 북 집권세력은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와 DJ 방북, 7월 장관급 회담을 통해 기지개를 켜고 조속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 남북문제가 DJ시절과 같은 정치적 효과를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DJ 시기보다 그럴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면초가에 몰린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기도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여당의 부추김이 계속될 경우 국민의 여론과는 상관없이 남북간 ‘제2의 6.15’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남북관계는 이미 국내정치의 주요 변수가 됐다. 가속화 되는 남북공조 속에 한미동맹이 좌충우돌 하면 한반도 정세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러한 불길한 시나리오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과 언론은 이제부터 차기 대선을 둘러싼 남북정권의 결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과거 대선 때처럼 한 두번 불거졌다 꺼진 ‘북풍’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지금부터는 남북정권을 한묶음으로 보고 판세를 읽어야 할 것이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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