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7시 세상을 떠난 북한의 고(故)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평생을 남북관계 업무에만 종사해온 북한의 손꼽히는 대남 전문가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폐암으로 고생을 하다 수술을 받고 완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지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북한 최고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림춘길’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면서 1972년 11월 제4차 남북적십자회담에 수행기자 자격으로 참가해 처음으로 남북대화 무대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줄곧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근무하면서 1979년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고 적십자회담과 남북 고위급회담 수행원으로 남한을 방문하면서 남쪽에도 많이 알려졌다.
각종 남북회담의 막후에서 6.15남북공동선언 등 남북간의 다양한 합의문 초안을 토씨 하나까지 고칠 정도로 이론가로서 역할을 수행한 림 부장은 1990년 우리의 국회의원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올라 정치적 입지를 굳혔으며 1992년에는 북한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하기도 한 림 부장은 그 해 9월 당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던 김용순 특사의 서울.제주 방문 때 수행했으며 2002년 5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면담에도 배석했다.
특히 림 부장은 김용순 비서가 사망한 뒤 북한 대남정책의 총괄책임자로 급부상해 2004년 탈북자 대규모 입국 등으로 남북관계가 끊어졌을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림 부장에게 남북관계 복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 배석했으며 같은 해 8.15행사 대표단으로 서울을 방문, 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는데 기여한 그는 올해 초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망한 김용순 비서의 사망 후 공석이던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김일성대 문학대학 출신답게 일상생활에서도 형용사, 사자성어, 속담 등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용순 비서는 남쪽 방문 때 각종 방명록을 쓰면서 그에게 자문을 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림 부장은 작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해 오찬석상에서 남과 북이 통일돼 하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자작시를 읊어 문학적 소질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