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광의 北核 해법은?

(조선일보 2005년 7월 27일 시론)

송(宋)나라 학자 사마광(司馬光)이 어렸을 때의 일이다.

물이 담긴 큰 항아리에 아이가 빠져 익사할 처지가 되었는데 주변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부짖었다. 사마광이 태연하게 돌을 던져 항아리를 깨니 물이 빠지고 아이는 무사했다. 이를 두고 ‘격옹구아(擊甕救兒)’라고 한다. 사마광이 북핵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해결하려 들까.

지뢰밭 건너며 성공 모색해야

북핵문제의 향방을 좌우할 제4차 6자회담이 개막됐다. 이론적으로는 ‘성공,’ ‘실패,’ ‘현상유지’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미국이 ‘현상유지’를 무한정 허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실상 두 가지의 시나리오만 존재하는 셈이다.

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은 북핵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추진하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서두를 것이다. PSI가 실시되어 미사일, 마약, 위폐 등의 거래가 차단되면 북한은 외화수입의 30-40%에 해당하는 6-8억 달러를 포기해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무역제재, 외교제재, 원조차단 등이 가세되면 북한경제는 파탄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북한의 반발과 핵실험 위협, 긴장고조 등은 불가피한 수순이 된다.

반면 회담이 이런 최악 시나리오를 모면하기만 하면 일단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도 성공 나름이다. 단번에 완전한 핵해결을 끌어내고 싶어도 그러기에는 미북간 이견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부분적 해결, 즉 반대급부를 약속하고 핵활동을 동결하는 정도를 목표로 삼는 것이 나쁘지 않다. 일단 최악 사태를 막고 완전한 핵해결을 위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뢰밭도 수두룩하다. 미국과 북한이 종전의 주장만을 반복하거나 새로운 불씨를 던져 넣는 경우가 그렇다. 미국이 “완전한 핵포기(CVID)를 먼저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북한이 “적대정책을 먼저 포기하라”고 맞받아친다면, 미국이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고백하라고 다그치고 북한이 거듭 이를 부인한다면, 북한이 “우리도 당당한 핵보유국이므로 미국과 핵군축회담을 열자”라는 3월 31일 외무성 주장을 반복한다면, 또는 미국이 인권문제를 거론하거나 일본이 납치문제 규명을 요구한다면, 회담은 일찌감치 좌초할지 모른다.

기대감을 가질 이유도 있다. 북한도 회담 실패가 미국의 대북제재로 이어질 가능성과 국제여론의 악화 가능성을 의식할 것이다. 남한과의 관계를 추슬러야 식량과 비료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핵포기시 200만 kw 전력 송전’이라는 한국의 파격적 제안도 군침을 흘릴만하다.

이 상황에서 일단 ‘플루토늄 생산동결’ 정도만을 목표로 삼고 까다로운 의제들을 뒤로 미룬다면 그리고 중국이 미지근한 자세에서 벗어나 강하게 북핵을 만류한다면, 제4차 회담은 ‘급한 불’을 끄고 다음을 기약하는 장이 될 수 있다.

北 체제변화가 항구해법

이렇듯 단기전망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장기전망이 불투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부분적 핵타결이 이루어져도 북한이 체제를 고수하는 한 그리고 핵을 체제수호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한 완전한 핵포기의 길은 험난하다.

둘째, 핵포기가 합의되더라도 북한이 체제생존에 집착하는 한 미사일, 화학무기, 생물무기, 인권 남용 등의 문제는 존속되며, 핵포기 합의를 기만할 가능성도 남는다. 결국 문제의 원천은 북한 체제에 있다.

사마광이라면 “대량살상무기와 인권탄압을 필요로 하는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조언할 것이다. 이는 결국 북한의 민주화가 수반될 때 항구적인 핵해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북핵문제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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