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적잖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북한 당국의 피해복구 대책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시(市)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간부가 최근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청년절을 운운하면서 태풍피해 복구를 소홀히 한 사리원시 청년동맹 부위원장이 최근 도당으로부터 엄중 경고 처벌을 받았다”며 “태풍피해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시의 많은 농장들에 쏟아지면서 이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지적된 시 청년동맹 부위원장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문현협동농장과 미곡협동농장을 비롯한 시의 많은 농장들에서는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논밭의 벼와 옥수수가 넘어지는 등 농작물 손실이 크게 발생했으며, 이후 북한 당국으로부터 태풍피해 복구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한 당국은 태풍피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8월 27일부터 당원들과 지역의 군부대 군인들과 청년동맹 돌격대를 농장에 파견해 쓰러진 볏모를 묶어주는 작업에 동원했는데, 시 청년동맹이 도내 8·28 청년절 행사를 치르기 위해 농장에 파견됐던 청년들을 전부 불러들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도당은 즉각 책임이 있는 청년동맹 부위원장을 불러들여 그의 처사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동맹 부위원장은 인원을 구축해서 도내 청년절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당적인 지시를 접수하고 이를 집행했을 뿐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으나, 도당은 이는 변명과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도당은 청년동맹 부위원장에게 왜 단 한 번도 농장 현지에 나가지 않았냐고 추궁하듯 따져 물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도당은 상이군인인 아내가 아파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현지에 못 갔다는 청년동맹 부위원장의 대답에 집단의 이익에 무거운 책임이 있는 자가 사적용무를 앞세웠다면서 또다시 질타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청년동맹 부위원장은 처음에는 영예군인(상이군인)과의 결혼을 아름다운 소행이라고 추켜올리더니 지금에 와서는 실질적으로 앓고 있는 아내를 돌본 것을 그리도 큰 죄로 여기느냐며 항변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도당은 당의 방침 관철에 청년들을 묶어세우고 먼저 기치를 들고 나가야 할 청년동맹 부위원장이 의견을 내고 조건타발(불평불만)을 한다면서 조직적 엄중 경고 처벌을 결정했다”며 “엄중 경고 처벌을 받은 시 청년동맹 부위원장은 현재 농장 현지에서 피해복구 작업에 동원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7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한 리은철 사리원시 인민위원장은 태풍 ‘바비’ 상륙과 관련해 “초속 25m 이상의 센바람이 불어 피해 상황이 적지 않다”며 “일꾼(간부)들이 현지에 내려가서 필요한 대책을 하나하나 세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사리원시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사리원백화점 건물 외벽이 뜯겨나가고 가로수들이 부러져 도로에 나뒹구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