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수령에 대한 사랑만 있나요?”

▲NK예총 김영남 회장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데일리NK

서울의 한 작은 교회. 탈북자 국내 정착 교육 시설인 하나원을 나온 지 10일밖에 안 된 탈북무용수가 비디오 화면을 보며 연습중이다.

평양국립민족예술단에 소속돼 독무대를 가질 정도로 실력파였다고 한다. 30대 초반쯤이냐고 물었더니 얼굴을 붉히며 ‘마흔 둘’이라고 대답했다.

탈북 무용수 조명희(가명) 씨는 “회장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 평양예술단 소속이 아니라 탈북예술인총연합회(NK예총) 김영남 회장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예술단(이하 예술단) 소속이다.

5일 김 회장을 만나러간 연습실은 조용했다. 그는 오늘도 이곳에 나와 하루를 시작했다. 연습실이 없어 자신이 아코디언 연주를 해주던 교회 예배당을 빌려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북한 최고수준의 프로 예술인 출신들이 모인 NK예총을 창립했다. 북한 예술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다. 또한 북한에서 수준 높은 예술공연을 펼쳤던 탈북 예술인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일제시대의 유명 무용가 최승희 선생의 제자인 안무가 김영순 씨와 공훈배우 출신 성악가 김순희 씨,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 등 100여명의 탈북예술인들이 참여했다. NK예총은 북한 예술단 조직처럼 기악, 성악, 화술, 무용 분과로 나누어져 있다.

NK예총은 이달 안으로 사단법인 등록을 하고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각종 축제와 행사공연은 물론, 문화체험 등과 같은 ‘남북 문화예술 벽 허물기’ 행사 등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내가 단장으로 있는 평화통일예술단도 사실 아마추어에요. 2002년 남한에 오자마자 프로들이 모인 탈북예술인 단체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땐 때가 아니었나봐요. 그때 3년 후에 모이자며 헤어졌는데 지금에야 다시 모였네요. 북한 예술을 올바르게 보여주고 알리자는 취지에서죠.

NK예총에는 북한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했거나 유급 예술단에서 활동했던 전문 예술인들이 모였어요. 단절된 북한 예술의 벽을 허물고 남북간 동질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개개인이 하다보면 자칫 말로 끝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함께 모인 겁니다.”

김 회장은 평안북도에서 청년예술단 단장으로 활동하다 2002년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그는 “북한의 문화예술은 모두 김일성과 김정일에 종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수령과 당을 떠난 예술은 없어요. 모든 예술과 문화가 김일성과 김정일에 종사하죠. 그러다보니 마음대로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없게 되고요. 사랑이 어떻게 수령에 대한 사랑만 있나요? 북한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아버지에 대한 사랑조차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문학작품이나 노래가사를 잘못 써 감옥에 간 사람도 많지요.”

“나는 큰아버지가 남한에 입국한 월남자 가족이었어요. 북한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잘 안 되더라구요. 1994년 예술가로서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토대가 걸려서 안 된 일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죠.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마는, 자기 마음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노력한 만큼 결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NK예총 창립식에서 ‘北예술인 표현의 자유 위해 단결하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북한은 예술인들에게 예술활동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호소문은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을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전해졌다.

김 회장은 민족문화작가회의가 열리거나 남한 가수들이 북한에서 공연을 하는 남북간 문화교류에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동시에 북한예술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한국 가수가 북한에서 공연할 때 북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박수도 못 쳤는데, 나중에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남북간 문화의 벽을 허무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북한에 남한의 예술인들이 자주 가 교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가서 오히려 나쁜 영향을 받으면 안 되죠. (현재의 북한예술 교류 주체들은) 북한예술의 속내와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 되버리죠. 북한사람들에게 직접 말은 못해도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서서히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그는 “NK예총 창립을 앞두고 한국예총, 통일부에 참석을 요청하려고 찾아갔더니 담당자들은 ‘나 북한에 자주 다녀온다’는 말만 하면서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당국 눈치나 보면서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며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김 회장은 북한의 문화예술이 한국사회에서 대중적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적극 나서 극복할 뜻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 예술이 남한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만 정작 볼만한 것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김 회장의 첫번째 목표다.

김 회장은 “‘반갑습니다’가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한 것처럼 계속 알려나가다 보면 더욱 익숙해질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이뤄지겠느냐”며 웃음지었다.

그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기획공연을 했었는데 아직 역량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앞으로 북한예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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