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 결국 ‘1.5m 모래언덕’이 갈랐다

▲ 현대아산 측이 13일 촬영해 공개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된 녹색 펜스 ⓒ연합뉴스

현대아산이 11일 새벽 금강산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한 고(故) 박왕자 씨가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녹색 펜스 사진을 13일 공개했다.

사진과 현대아산측 설명에 따르면 해변으로부터 32m 가량은 모래언덕이 쌓아져 있고 이어 70m 정도 길이의 녹색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이 펜스와 모래언덕이 해수욕장과 군사지역의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모래언덕의 경사가 완만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넘어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이번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차단시설이 생과 사를 가르는 경계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펜스 대신 성인 가슴 높이의 모래언덕으로 대체하기에는 너무 위험에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대아산은 “올해 해변 끝까지 펜스를 치려고 했다가 편의상 모래언덕을 쌓아두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매번 관광객들에게 경계선을 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현대아산이 경계선 진입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펜스를 해변까지 확장하지 않아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측은 “해변 가까이는 실개천이 맞닿는 곳인데 예전에 펜스를 세워뒀다가 몇차례 쓰러진 적이 있어서 확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닷가로부터 100여m 떨어진 산책로 부근에 세워져 있는 안전표지의 위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입할 수 없습니다’라고만 쓰여 있는 이 표지판은 박 씨가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래언덕 부근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표지만 문구도 너무 위험성을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아산은 이에 대해 “안전표지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산책로에 세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험을 충분하게 알리기에는 위치뿐만 아니라 설치 숫자도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고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을 당시 현장 부근에 있다 목격한 대학생 이인복(23.경북대) 씨는 “11일 오전 동이 틀 무렵 검은색 옷을 입은 50대 여성이 펜스가 쳐져 있는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을 봤다”면서 “이 여성이 올라가고 5~10분 가량 지난 뒤 펜스 너머 북쪽에서 10초 정도 간격으로 두 발의 총소리와 ‘악’하는 비명이 들렸다”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총성을 듣고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펜스 옆의 해안쪽 모래언덕으로 올라가 총성이 난 방향을 보니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고 (내가 있던 곳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숲에서 군인 3명이 뛰어 나와 쓰러진 사람이 살았는지를 확인하려는 듯 발로 건드리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고 현장과 관련해 “군용 철책 같은 것은 없었지만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설치한 것 같은 녹색 철제 펜스가 있었다”며 “이 펜스는 물가(해안)까지 쳐진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끝나고 그 옆으로는 1.5m 높이의 모래 언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래언덕이 높기는 하지만 오르막길처럼 되어 있어서 펜스를 뛰어넘지 않더라도 사고현장까지 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총성이 들린 뒤 사고 현장을 본 것도 그 모래언덕 위에 올라가서였다”고 증언했다.

▲ 현대아산 측이 13일 촬영해 공개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된 녹색 펜스 ⓒ연합뉴스

▲ 녹색 펜스 오른쪽 끝에는 모래 언덕이 쌓여져 있다. 박 씨는 이 모래 언덕 위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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